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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May 31. 2018

상사를 때리고 싶다.

익명 제보해주신 오늘의 주제 - 직장 생활에서의 충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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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에서 가장 큰 혼란이 오는 때가 두 가지 있는데, 직원 간의 권한 수평화가 안되어 있을 때와 업무 세분화가 되어있지 않을 때다.

애초에 업무가 명확히 분할되어 있으면 직원 간에 충돌할 일들이 최소화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맡긴 업무에 대해서만 개별 평가만 하면 되니까. 

[시킨 일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린다]  얼마나 클리어 한가. 


다만 대부분의 회사는 하나의 일 꾸러미를 여러 명에게 던져주고 잘 풀어서 정리해보라고 한다. 

실무에 대한 부분은 해당 부서의 실무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그래서 개인에 대한 평가와 질책은 실무의 최전선에 있는 팀장급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좋고, 아래 직급의 직원들은 상호 간의 적극적인 협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목표 수준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문학이 등장한다. 결국 협력하는 행위의 모든 것은, 일에 대한 개개인의 심리적 상호작용이 기본이 된다. 상호작용이 제거된 부서는 기계와 같다. 

딱 시키는 일만 하고 / 일을 만들어서 하지 않으며  / 전체적인 생산성도 떨어진다.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조직운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아래 직급 사람을 머슴이나 부하처럼 여긴다. 막말도 자주 하고 명령조로 말한다. 당연히 듣는 입장에서는 열정이 급속도로 식는다. 


누구도 존중받지 않는 조건에선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아진다.

A에서 B로 가는 방법이 10가지라면, 기계는 단 한 가지의 최단거리 루트만 찾아서 간다.

하지만 인간은 A에서 B로 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존재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데, 시킨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언제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복잡하게 고민할 줄 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에, 최선과 효율을 떠나 모두 윈윈 하는 훨씬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는 기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자유의지이다.


그런데 개개인의 심리적 요인을 간과한 채 이끌어가는 폭군적 리더십은 오히려 자율성을 무너뜨리고, 효율성도 함께 무너뜨린다. 적당한 자율성이야말로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업무능률을 급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최적의 기반이다. 


A에서 B로 가기 위한 충분한 브레인스토밍이 없는 조직은 조직이 아니다. 그저 수십 개의 기계가 배치된 1인 기업에 불과하다.

때로는 누군가가 조금 틀리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고 해서 그 후로 아무 의견도 내놓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두부를 썰거나 계란을 분류하는 기계가 아니다.


만약 당신 위 상사의 엇나간 리더십이 협력 자체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면, 방법이 별로 없다. 

그 사람에게 발언을 할만한 영향력을 갖추던가 퇴사를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애초에 대화로 갈등을 쉽게 봉합할 수 있는 상대라면 균열을 만들지도 않았을 거다. 싸움은 목소리 큰 놈이 최고지만, 회사에서는 직급 꺼지고 일 잘하는 놈이 최고다.


나 군대 있을 때도 일 잘하는 상병이 일 더럽게 못하는 병장보다 부서에서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하더라. 

일 잘하면 충분히 그게 가능하다.


혹은 정도가 심각하다면 상위 부서에 정식으로 요청을 해야 한다. 이 사람이랑 못해먹겠으니 나를 옮겨주던지 서로 다른 일을 하게 해 달라고. 아쉽게도 사람은 고쳐서 쓸 수 없다. 

고쳐서 쓰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 소견으로 현재 최선의 방법은 당신의 업무능력을 증폭시켜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할 포지션을 얻는 방법이다. 


아니면 그 사람이 감동받아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게끔 만드는 건데, 그것도 개 같다. 

잘못된 걸 설명해주기 위해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니. 그 얼마나 시발인가. 그러니 당신이 짱 먹자. 

그러고 능력으로 압도해서 입을 다물게 만들자. 시간문제긴 하지만, 내가 평소 봐온 당신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어느 회사를 가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상황은 흔히 마주하는 일이니,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사람 관계는 언제 어떤 일 때문에 급진적으로 바뀔지 알 수 없으니. 

물러서지 말고, 킵 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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