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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Nov 01. 2018

그래도 갑니다.

언젠가부터 어디를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졌다.

무엇을 먹느냐도, 언제 하느냐도 딱히 중요하지 않아 졌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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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나와 감정의 선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체감되는 희열의 폭이 커졌음을 느끼기 시작해서다.

원래 가던 곳과 먹던 것들이 갑자기 중요해지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게 생겨난 거다.

지금은 어디서 보든 뭘먹든 크게 상관없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당신을 보는 게 의미가 있으니 가능한때 어디서라도 "오늘" 만나는데 의의를 두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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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연이 스쳐 지나간다. 지속되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지만 꼭 그 사람이 나와 영원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잘 지내다가도 심경의 변화가 생겨 나와 맞지 않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보내줘야 할 때가 되면 보내주는 것도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꼭 모든 걸 내 손에 붙들고 있어야만 의미 있고 값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을 수 있는 인연의 숫자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수천 명의 사람과 동시에 영혼의 교제를 할 수 없듯, 기존의 누군가는 떠나가야만 그 자리에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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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좋은 만남이 성공이고 이별은 무조건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건 정말 멋진 좋은 이별을 해보지 못해서다. 

누군가가 내게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의미를 부여하곤 하지만 그건 불어간 바람과도 같다. 지나간 일에 연연해봐야 상처가 낫는 속도만 더뎌질 뿐이다. 

이별 속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마음을 다잡아 내게 남은 인연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려는 내 애티튜드가 더 중요하다.

사람은 왔다가도 가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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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받을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을 줄지 확보한 사람이다.

줄 것이 없으면 받을 것도 없다. 줄 것이 변변찮으면 받을 것도 변변찮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와의 이별 속에 허무함과 공허함만 남았다면 그에게 딱히 대단한 것을 당신도 주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할 만큼 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미련이나 후회가 거의 안 남아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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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사함은 고통이 반감될 때, 없는 것이 생겨날 때 체감된다. 

당신에게 주어진 모든 상처와 빈자리들을 메꿀 누군가를 찾아 나서길 바란다. 

그리고 가진 모든 것을 쏟아 없어질 것처럼 사랑하라. 결과가 상처투성이 었다 한들 좌절하지 않길 바란다.

삶은 누군가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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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천후에 어머니를 마중 나갈 때 눈이 온들, 비가 온들, 우박이 내린 들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도 가야만 나는 나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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