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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Feb 26. 2020

당신의 정성은 너무나 아름답다.

거의 대부분의 감동적인 것들은 정성스럽다. 그리고 정성스러운 것들은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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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전자초 200개, 풍선 100개, 장미잎 300장, 커스텀 오더 해서 

직접 수령해온 수제 케이크, 조명, 음악, 선물, 제자들의 도움 등등 끝에 와이프에게 성공적으로 고백했었다.

만약 대충 아무 레스토랑이나 가서 반지 하나 주며 결혼하자고 했다면 글쎄, 딱히 기억에 남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수고해서 잘 치루 고나니 남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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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도 일하는 과정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박모 주임이 있는데, 박스에 테이핑 하나 하는데도 정말 꼼꼼히, 세심하게 두르더라.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종이박스를 테이프 미라로 만드는 테이핑에서 그의 성격이 보였다. 그는 그런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레 몸에 체화된 남자였다.


나는 그 친구의 박스 포장에서 감동을 받았다. 정확히는 그 박스 포장에 감동된 게 아니라, 그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 태도에 감동을 받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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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든 사랑이든 각자의 최선이라는 게 존재한다. 

물론 상대를 위한 배려와 예의 차원에서도 정성스러움은 필요하지만 그 정성은 되려 나에게 필요한 요소라고 봐야 한다.


대강대강 얼렁뚱땅 메꾸다 보면 그게 내가 되어간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타이밍에 나의 무성의한 성의를 받는 누군가의 감흥 없는 반응은, 인간관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

내경 우 예전에 비해서는 나름 인간관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철칙은 카톡 한글 자를 보내도 대충 보내지는 말자라는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편이다. 


인사 한번, 축하 한번, 안부를 한번 묻는 글에도 최대한 진심을 담아내려고 애쓴다. 그리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걸 진심으로 잘 받아주더라. 감동까진 아니어도 서로 오가는 따스한 교감 같은 게 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아주 작은 일에도 정성스럽게 대하려는 태도에서 피어난 작지만 예쁜 꽃과 같다.


아마 몇 년, 몇십 년 후에는 이 꽃이 더 많은 씨를 흩뿌려 더 많은 열매를 풍성하게 맺으리라 믿는다.

언제나 정성스러움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차근차근하게 나와 관계 맺는 그 모든 인연들을 사랑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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