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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Mar 19. 2020

뭐가 되고 싶냐면,

삶에 별 감흥이 없거나 지겨움만 가득 찬 이유는 되고 싶은 존재에 대한 구체화의 부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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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가진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다. 서로 매력이 다르기에 어필할 수 있는 지점도 다르다. 누구는 섹시하고, 누구는 트렌디하다.

그러는 섹시함을 보수적인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클래식을 선호하는 누군가는 트렌디함을 유행 추종자로 간주하기도 한다. 심지어 내가 잘하는 것과 거리가 먼 경우도 많다. 그래서 "주류"라고 불리는 남들을 따라갈 이유도 없고 따라 할 이유도 없다.


인간은 어떤 공동체에서든 속하고 거기서 받는 인정과 관심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다만 지금의 경제적 침체는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조직에 "이윤의 극대화"라는 공통된 가치를 최우선 순위로 떠맡겼고 그로 인해 개인의 몰개성화와 성과를 위한 침잠은 모두의 필연이 되었다.


단돈 몇십만 원을 더 벌기 위해 워라벨을 포기하고 야근을 선택하게 만드는 사회가 과연 건강할까에 대한 물음을 다시금 떠올릴 때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가며 10년을 더 일하고 1억을 더 벌면, 무엇이 더 소중할까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인간은 자신이 갖고 싶은 것과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을 혼동한다.

당신이 원하는 멋진 집과 차, 나이스 한 연인은 당신이 아니다. 가진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것을 다 가져도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한,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

어린아이에게 고가의 낚싯대를 쥐어준다고 해서 대어를 낚아 행복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내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서야 한다.


그래야 거기서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분별하기도 하고,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별하기도 한다.


인간은 땅을 기반으로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지금의 땅이라는 건 단순히 대지, 토지의 개념이 아닌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개념이다. 내가 활동하는 공간에서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세상이 제시하는 좋다는 것들에 의해 나 자신이 잠식당하는 것을 막는다.


사고 싶었던 차가 있었는데, 당장 갖는 것은 포기했다. 다만 그 돈을 당장 더 중요한 일에 쓰기로 결정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직관적으로 쏟아지는 육적 욕망보다, 내 존재의 형성은 그런 것들로 가능하지 않는다는 내적 이성의 영역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분별하고, 결정하면, 따라가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러지 않고 사회가 이상적이라 말하는 것들에 나 자신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방치하기 시작하다 보면 운 좋게 돈이나 명예는 꽤나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전한 당신이라는 존재는 완벽하게 사라진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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