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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Oct 09. 2017

그냥 하던대로 하세요.

최근 누군가에게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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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답답할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강요를 당할 때였다.

대학을 가야 한다는 명분에 의해 매일 저녁 10시까지 학교에서 강제로 야자를 할 때는

정말 많이 괴로웠다. 그것은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목표가 합리적이라 해도, 그것을 이뤄내는 수단이 강압이라면,

그것이 나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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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해야 할 혹은 따라가야 할 지침 같은 것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그게 학교의 룰, 직장의 룰, 연인 간의 룰 등 다양할지라도, 필요 이상으로 내게 강제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해 생기는 상처들은 모두 내 책임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내게 강요하는 것들을 거절할 용기가 없으니 그 책임이라도 그들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회피였다. 어쨌든 나는 남 탓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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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모든 것을 감내하려 선택하는 것도 나고, 거절할 수 있는 것도 나였다.

때로는 내 진로를 부모님이 권하셨을 때 내 의지 없이 끌려가고 나중에는 그로 인한 불행이 부모님 탓이라는 

핑계를 댔지만, 결국 따라간 것은 나였다. 그것은 내 선택이었고, 내 책임이었다. 

무엇도, 누구에게도 핑계를 댈 것이 없다는 사실만 시리도록 차갑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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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에게 강요를 받으며, 누군가에게는 강요를 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친구에게는 이런 모습을, 부모님에게는 저런 모습을, 내 연인에게는 근사한 그런 모습을 바라며.

정작 나 스스로는 누군가에게 강요받기를 지독하게 싫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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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버스 안에서 차창밖을 바라보며 무엇을 느꼈는지 물어보고 싶다.

움직이며 주위의 풍경이 계속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바다를 보고 싶다 해서 바다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탁 트인 언덕 위를 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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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무엇도 강요받지 않고, 무엇도 강요하지 않으며, 흘러가는 그 모습들을 그냥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당신이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보고 싶지 않다면 잠들면 되고, 보고 싶다면 커튼을 치우고 풍경을 뚫어져라 바라보면 된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이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 그 모습을.

가장 좋은 방법은 말없이 내 옆에 앉은 이의 손을 잡아주며, 그냥 그대로 조용히 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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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wild_official#go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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