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에 가려진 인간의 이기심
나는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자랐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자랐을 것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은 비단 사람과 사람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말이다.
라떼는 말이다. 자연보호 포스터 대회도 있었고 글짓기대회도 있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상과는 거리가 먼 탓에 그런 대회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하긴 이게 교육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할 때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결국 내 아이에게 그런 가치관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아뿔싸... 아이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한 적이 있구나... 그래도 길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거나 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많은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쥐뿔 아는 거 없는 나도 분리수거라도 잘해보자 라벨 하나 떼는데도 수고를 보탠다. 그래서 내가 100이냐고? 아니지~ 노력은 하지만 100프로라고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아파트 밴드에 매일 같이 올라오는 부주의한 음식물 쓰레기처리와 분리수거에 대한 불평의 말들. 우리 민족은 보여주기 위해 사는 민족이다.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토 달지 마시라)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면 함부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규칙이나 규율,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사진 속 장소는 내가 매주 한 번은 찾는 황령산 봉수대이다. 부산 야경명소로 유명한 곳이라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밤에도 즐겨 찾는 곳이다. 어느 순간 쓰레기가 하나씩 보이더니 오늘 낮에 오른 부산의 야경 명소는 대낮 쓰레기장으로 변해있었다. 물병 하나 달랑 들고 온 처지라 나라도 봉지에 담아 들고 내려가고 싶은데 난감하다. 심지어 내 뒤엔 외국인도 있다. 아이고 부끄러버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꼭 내가 버리고 들킨 거 마냥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여보야! 다음부턴 쓰레기봉투 하나씩 들고 올까? 우리도 플로깅인가 뭔가 그런 거 함 해보자”
“지랄한다. 우리가 그런다고 쟈들이 안 버리나? 결국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다”
말 꺼내고 본전도 못 찾았다.
산에서 담배 피우고 쓰레기 버리고 가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누군가가 생각 없이 던진 쓰레기는 거기가 원래 쓰레기통이었던 것 마냥 산더미같이 쌓이고 만다. 쓰레기통을 마련해두지 않은 지자체 탓이라고 하려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영도 봉래산 정상은 쓰레기통은 없지만 CCTV가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그래서인지 쓰레기 하나 볼 수 없다. 보는 이가 있어야 우리는 규칙을 지키는 민족인 것이다. 앞과 뒤가 다른 이기적인 사람들.. 물론 당연히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사진을 보며 찔릴 몇 몇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고 싶다. 야경에 취해 멋지게 찍은 자신들의 sns에 저 사진들을 댓글로 달아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2030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 나라는 앞서나가고 있는데 국민성은 아직 후지다. 유행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따라가는데 기본적인 인격은 도태되는 느낌이다. 치우지도 않을 거면서 말이 많냐고? 그러게, 나는 치울 자신은 없다. 하지만 버리지 않을 자신은 있다.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내 집 쓰레기 분리수거도 매일 귀찮다. 나만 안 그러면 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나만 안그러면 누군가가 나서서 대신해야 할 일은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힘들게 올라간 산 정상에서 경치에 취하고 나 스스로 대견함에 취해야 하는데 악취 나는 쓰레기에 취해서 열받은 아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