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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Nov 08. 2023

이쁘다 내 손!!!

장난감 보석 반지가 이리 찰떡일 일이냐고~

밤이 어느새 조용히 내려앉은 시간. 지난한 집안일을 마치고 풀썩 소파에 앉았다. 거실에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 아이가 좋아하는 사탕에 들어 있는 조그마한 반지가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어라? 크다.. 내 손이 작긴 하지만 장난감 반지가 왜 이렇게 크지? 혼자 꼈다 뺐다 하고 있는 걸 맞은편 식탁에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둘째 딸이 그동안 모아둔 반지들을 다 꺼내 온다. 색깔도 알록달록 크기도 아롱다롱. 그중에서 겨우 내 손가락에 딱 들어맞는 반지를 찾아냈다. 평소에 반지 끼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손가락에 뭔가 걸쳐져 있는 느낌이 낯설기만 하다. 


나는 네일케어며 핸드케어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손톱은 늘 댕강 잘려 있고 조금이라도 길면 불편해서 잘라내야만 한다. 네일 케어를 받는 게 부럽냐고?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갑갑한 걸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한 겨울에도 목을 휑하니 내놓고 다녀서 엄마 등짝 스매싱을 많이도 맞았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온몸이 건조해지고 안 그래도 손 발에 땀 안나는 체질인지라 겨울이 다가오면 핸드크림이며 보습제로 도배를 해야 한다. 그래야 갈라지지 않고 겨울을 날 수가 있다. 


반지 낀 손이 거칠어 보인다. 아이고 벌써 겨울인가 보네. 한숨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저녁에 반주로 걸친 내 소울메이트가 내 눈을 촉촉이 만들어 준 때문인지 반지 낀 내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괜스레 울컥한다.  내 손에 아이 셋의 기저귀가 보이고 이유식이 보이고.. 그동안 내 손으로 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일주일에 7장 다려댔던 셔츠, 몇천 킬로의 드라이빙, 시부모님 수발, 그리고 김치, 갖가지 음식들.. 다 내손이 거쳐야 오케이를 외치는 남편 때문에 조금은 줄일 수 있었던 집안일을 모조리 끌어안고 살았다. 세탁소에 맡겼어도 될 일이고 사다 먹어도 되었을 텐데 조금은 아니 많이 별난 남편을 만난 탓에 혹사당한 내 손을 보니 갑자기 안쓰럽다. 


지난 상담에서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모든 걸 본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본인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아셨죠?"


처음엔 사랑이었고 그 이후엔 책임이 되었으며 그러다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모든 일을 혼자 하려다 보니 섬섬옥수였던 내 손은 혈관이 불거지고 거칠어졌으며 손톱 옆은 항상 터서 피가 난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요즘 영어공부 앱으로 틈날 때마다 생활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하필 그때 청소기를 들고 나타나는 남편. 

"안 들린다고 이 양반아!!"

"뭐라고??? 안 들린다?? 뭐??"

경상도 방식의 소통으론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이다. 앱 끄고 핸드크림이나 발라야지. 

청소는 계속 쭈욱 당신이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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