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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직각인간, 둔각에 가까워지다

달밤에 요가~~

by 열정아줌마

두 달쯤 전, 갑자기 요가가 하고 싶어졌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만큼 나는 태어날 때부터 올곧은 사람이다. 오십이 다 되어 가는 현재까지도 꼿꼿함을 잃지 않은 채, 늘 굽히지 않는 자세로 곧게 살아왔다. 재작년인가? 살이 부쩍 쪄서 1년 동안 매일같이 홈트를 했었다. 땀을 한 바가지 쏟고 나면 그리 개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 살 더 먹었다고 헐떡거리며 하는 운동은 도대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찌뿌둥한 몸을 어떻게든 달래주긴 해야겠는데, 날이 추워 등산은 생각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던 그때, 문득 요가가 하고 싶어졌다.


기초 요가는 스트레칭이라기에,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척추라도 부러지면 어쩌나 싶어 기초 스트레칭 10분짜리 영상 하나로 시작했다. 그런데, 내 곧디 곧은 몸뚱이는 10분도 버거웠는지, 다음 날 종일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열정아줌마가 아닌가. 한 달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10분, 15분, 25분, 60분, 매일매일 조금씩 늘려갔다. 방법을 모르니 유튜버 에일린 님의 말을 신처럼 믿으며 하라는 대로 따라 했다. 숨을 들이쉬라면 쉬고, 내뱉으라면 내뱉었다. 직각이던 몸이 조금씩 예각과 둔각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하루의 모든 일과가 끝난 시간, 육퇴한 밤이라는 핑계로 술과 함께 하던 시간에 이제는 모든 집 안의 불을 끄고 혼자 조용히 요가에 집중한다.

처음 일주일이 제일 힘들었다. 이게 될까 싶은 의심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여태껏 딱딱한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하루 삼사십 분 늘린다고 가능할까 싶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안 되면 어때. 지금 이 시간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졌다. 자세가 흐트러지고 생각대로 좀 안 펴지면 어떠리.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오로지 '호흡'에만 집중했다. 하루 종일 숨을 쉬며 살면서도 내 호흡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단순한 행동이 서서히 나를 안정시켜 주기 시작했다. 들이쉬고 내뱉기. 무의식적으로 하던 내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그 인식이 나를 조금씩 구부리게 만들었다. 나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나아가기 위해 내 숨소리에 집중하고 내 몸에 집중했다. 안 되는 건 인정하고, 가능한 곳까지 조금씩 늘려갔다. 나의 구석구석을 내 숨소리로 훑어가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유연이라는 나와는 동떨어진 단어가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조금씩 유연한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자세를 하나씩 해내는 성취감보다 나에게 그만큼의 시간을 할애해 주는 내가 대견하다는 만족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왜 그렇게 괴롭히며 살아 왔을까? 술로 힘들게 하고, 늘 남이 우선인 삶을 살았을까? 날숨에 지난 날을 뱉어내고, 들숨에 희망과 시작을 담아 본다.

문득, '아직 괜찮은데?'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요가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비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 집 요가원에서 나는 단연 톱클래스 수련생이다. 졸업백수가 나를 따라 요가를 시작했지만, 이제 스무 살인 딸아이보다 삼십살 가까이 많은 내가 아직은 더 유연하다! 1년 후 내 모습~~후훗~~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살기. 그리고, 안정되게 호흡하기!"


달밤에 요가~~~ 금주가 가져다준 소소한 행복~!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중심만 제대로 잡고 있다면 나는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 힘이 나에게서 온다는 것을 반백이 된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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