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명절 분위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끝났다. 아니 이미 훌쩍 지났다. 명절 연휴 중에 마무리를 해서 올려보려고 했으나 아직 초보 단계인 글쓰기가 영 마뜩잖아서 미루고 미룬 게 벌써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글을 쓰는 대로 퇴고 작업 없이 올리다 보니 두서없는 글들이 대부분이지만 너무 잘 쓰려고 하니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거 같아서 그냥 내 스타일대로 휘뚜루마뚜루 계속 써보는 걸로..(서론이 너무 길다.)
최근에 명절 차례를 시어머니대에서 끊고 며느리들에게 제사상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깜짝 발표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우리네의 명절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쩌면 자연스럽게 차례 세습이 끊어지고 있었는데 코로나 덕분(?)에 가속화된 것일 수도 있으리라. 신문기사에 나온 어느 특정한 집만의 일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도 이미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차례상 중지 사태에 나 또한 2년 전부터 동참하고 있다.
3년 전까지 나의 명절 연휴는 아침부터 장보기와 어마어마한 전 부치기로 시작됐었다.
제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온 식구 다 같이 모여 밥 한 끼 먹는다는 이유로 손 큰 어머니의 어마어마한 음식 준비에 둘 있는 며느리는 연휴가 시작되면 아침부터 모여서 음식을 해대느라 하루 종일 기름에 절어서 보냈다.
그렇게 명절 당일 아침, 준비한 거에 비해 조촐하게 느껴지는 명절 아침상을 물리고 나면 각자 친정으로 해산하는 생활을 결혼하고 15년 동안 했다. 대부분의 한국 며느리들의 일상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가 내 친구들의 경우를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나와 비슷한 명절 패턴을 가진 친구가 있고, 어른들과 함께 명절 음식 준비 대신 여행을 다니는 친구도 있다. 두 분만 여행을 보내드리고 자유를 얻는 친구도 있고, 또 어떤 친구는 시댁 가느라 엄청난 귀성길 차량정체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고, 시누가 올 때까지 친정 나들이조차 못한 채 5분 대기조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친구도 있다. (아직도 이런 집이 있다니! 이 시어머니는 우리 모임의 단골 안주거리가 되어 주신다)
우리 가족은 작년부터 설 명절과 추석명절에 여행을 간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9월 추석 전날, 나는 시아버님을 떠나보냈다. 우리 가족의 중심이자 모든 행사의 기준점을 마련해주셨던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시댁 식구들과 마주 앉아 밥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가족을 모이게 한 구심점이 사라지고, 홀로 남으신 어머니는 가족의 화합과 형제간의 우애 따위는 관심도 없는 분이라 다들 각자의 도리만 하는 선에서 각종 행사를 치러내고 있다. 각자 생신날 용돈 드리고, 각자 명절날 찾아뵙고 용돈 드리기. 온라인 송금도 오케이! 본인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시면 자식들 얼굴이야 안 봐도 그만이라는 아주 쿨한 어머니다.
집집마다 구구절절 사연 없는 집 있을까만은 우리 남편은 지극히 이기적인 엄마와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아빠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우리 시어머니에 대한 글을 한 번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독특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접근해보려고 말이다. 여기서 시작하면 오늘 글쓰기는 밤을 새워야 하니 다음에 정말 진지하게.. 하지만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찌 돼었든 우리 가족은 명절 연휴의 시작과 함께 여행을 떠났고, 2박 3일간 숙소콕인 여행이었지만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고 귀성행렬에 치이지 않는 명절 당일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다.
작년과 같은 장소에서 바라보는 같은 일출 풍경이지만 너무나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1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2021년은 버리고 2022년을 맞이하는 새로운 페이지를 과감하게 열리라 다짐도 해보았다. 양력설이 주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2022년의 시작이란 느낌. 그 느낌이 좋아서 음력설에 보는 일출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명절 분위기도 많이 바꿔놓고 있고, 어느새 익숙해져 가는 게 낯설지 않다. 가족을 못 봐서 안타까운 사람도 있겠지만, 그 핑계로 형식적인 많은 것들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반가운 사람들도 있을 거다. 내 아는 분은 명절 음식만 해서 시댁 현관 앞에 배달만 했다고 그래도 제사 안 지내는 게 어디냐며 신나 하셨다. 비단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어느 순간 우리 사회 깊숙한 곳에서부터 유교적인 사상이 흔들리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제 설날은 차례 지내는 날이 아니라 5일간의 꿀 같은 연휴~ 나에게도 설날은 떡국 먹고 쉬는 날이자 어디로 놀러 갈까를 고민하게 되는 날이 되었다.
명절 다 지나 이 무슨 뒷북인지..
늘 서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