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보다 동상이 더 무서워

신속항원검사? 신속을 빼시오!!!

by 열정아줌마

주말은 전화기를 꺼놓고 싶어 진다. 주말에 오는 연락이 반가웠던 적은 거의 없었기도 하지만 주말이라도 핸드폰의 노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할까? 하지만 엄마나 아빠나 아이들이나 손끝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으니 현실과 이상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우리 집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날 우리 집은 다른 날보다도 더 평화로운 하루였다.

주말 아침 남편과 나는 루틴대로 스벅 드라이브 스루와 함께 진정한 드라이브를 하고 집에 와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노곤하니 낮잠이나 때릴까 아님 핸드폰으로 밀리의 서재에서 책이나 한 권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차였다. 그때였다. 기분 나쁜 알림음. 학교 알리미 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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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머선 일이고. 내 이럴 줄 알았다고. 개학하기 전에 확진자가 나왔는데 전면 등교를 하더라니. 개학 하루 만에 다시 원격수업을 했는데 그 사이 확진자가 6명이나 나온 모양이다. 등교를 학부모에게 설문조사로 물을게 아니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괜히 학교 탓을 하게 된다.


일요일 오후 두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고, 근처의 보건소는 이미 문을 닫았다. 그나마 학교에서 안내해주는 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일단 가본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다 보니 눈앞에 있는 아이들 몇몇은 낯이 익다. 벌써들 왔구나. 잠시 줄을 어디에 서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발 빠른 분들은 내 앞에 이미 줄을 서고 있다. 이럴 땐 난 참 느리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서야 하는 줄을 찾고 아이와 함께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이 줄이 맞나? 어림잡아 내 앞에 5백 명은 있는 거 같다. 물론 그렇게 까지는 아니지만 체감되는 수는 그 보다 더 많게 느껴졌다. 이게 끝이 날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고 모두 나와 같은 심정으로 줄을 서고 있는 듯 하염없이 핸드폰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다. 어떤 이는 불법주차단속차량이 와서 여태껏 섰던 줄을 포기하고 주차 단속 소리에 황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고 어린아이와 함께 온 엄마는 아이가 힘들까 봐 노심초사하는 게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한 시간쯤 기다렸다. 갑자기 담당자가 앞뒤 없이 자가진단키트만 받아갈 사람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한다. 너도 나도 줄도 없이 저요 저요 앞으로 나간다. 대혼동!!!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줄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그 이전까지 이런 말이 없었던 건 그때의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몇몇 분들은 여태 줄 서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이게 뭐하는거냐며 애꿎은 봉사자들에게 어깃장을 놓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고됨과 힘듦을 안다는 듯이 애써 절제하는 모습들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지 다들 '할말하않' 분위기다.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은 없었던 걸까? 몇몇의 건의에 그제야 부랴부랴 대안을 찾는 모습이 솔직히 너무 안타까웠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 했던가. 모자 쓴 슈퍼맨이 등장했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일사불란하게 앞에 나서서 줄을 정비하고 자리를 잡아준다. 봉사자 분들도 그분의 진두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엉망진창이던 대기열은 눈 깜짝할 사이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불안정하던 대기줄의 느낌이 너무나 차분해졌다.


그때부터 내 발가락이 얼얼해지기 시작했다. 살벌한 분위기에 잔뜩 긴장했던 모양이다. 그제야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였기에 핫팩은 챙겼는데 급한 나머지 신발을 너무 얇은걸 신고 온 게 화근이다. 유난히도 손발이 찬 수족냉증 환자인지라 서서 기다리는 건 얼마든지 참겠는데 발가락이 시려오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는 춥지 않다니 마음이 놓였다. 영하 4도 정도의 날씨에 엄살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유독 발 시린 게 힘든 사람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한 시간이 더 흘렀다. 두시에 도착했는데 4시가 다 되어 갈 때쯤 신속항원검사 신청서를 겨우 작성했다. 이제 검사만 받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내 기대는 하염없이 무너졌다. 다시 대기줄. 이제 검사 줄을 서야 한단다. 지금껏 선 거만큼 또 기다려야 한다. 다시 줄 끝으로 가는데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에 차라리 그냥 PCR 검사를 하게 해 주세요라고 입 밖으로 내뱉을 뻔했다. 갑자기 바뀐 법에 여기저기 혼선이 빚어졌다. 그렇게 한 시간을 더 기다려 아이의 셀프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아니 이럴 거면 집에서 하면 되지 않나? 그깟 확인서 하나 받자고 3시간을 기다렸다고? 이건 도대체 누가 만든 법이야??


주말에 갑자기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무의미한 짓이다. 항원검사를 자가로 하고 거기서 양성이 나온 사람들에게 PCR 검사를 하게 해도 될 일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는 안된다고 한다. 무조건 검사소에서 양성이 나와야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음성확인서를 받아들고 돌아오면서 집에서 자가진단으로 검사하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할까? 또 양성이 나왔다한들 PCR 검사를 스스로 받으러 올까? 하는 의문이 들자 스스로도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코로나가 번지는 초기였더라면 가능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이미 2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여전히 무서운 바이러스지만 조금씩 사람들에게 무뎌지고 있는 게 아닌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방역당국의 정확한 지시와 지침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면 신종플루처럼 더 확실하게 위드 코로나로 가는 게 방법이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만 많고 결국은 아무런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한 그냥 프로 불평러일 뿐인 내가 너무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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