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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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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Mar 04. 2022

니가 하는 게 뭔데?

남편!! 말 함부로 하다가 늙어서 고생한다!!??

우리 집 아이들은 왜 아침마다 먹고 싶은 게 다 다를까? 통일이 되면 좋으련만 늘 다른 메뉴를 고집하는 녀석들 때문에 아침부터 예민하다. 물론, 그 습관은 내가 들인 거지만.. 자기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자 야심 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였는데 결국은 내 발목 내가 잡는 망할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다. 옷은 또 왜 입으라는 건 안 입고 다른 거만 입겠다는 건지.. 아침 30분이 반나절인 거 같은 기분 나만 그런가.


최대한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온다. 

"애들은?"

"지금 준비 중. 왜?"

"삼실 도착했다고. 애들 지금 가면 점심 먹고 하교하는 거제?"

"응. 밥 먹고 오늘 6교시하고 온다."

"여보는 하루 종일 할 일 없겠네? 애들 밥도 먹고 오면?"


어라? 이게 무슨 소리지? 이 양반이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아침부터 더위를 먹었나. 내가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고? 이제 방학도 끝나 점심 챙겨줄 일도 없으니 하루 종일 노는 줄 아는 건가? 가정주부의 인생 참.. 내 이래서 워킹맘이 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능력도 안되고 돈 버는 재주도 딱히 없는 사람이라 집에서 할 수 있는 나름의 일들을 열심히 찾아서 자기 주도적으로 하고 있구만. 아이들 신학기 준비에 심지어 지금 이사 갈 거라고 매일 짐 정리로 바쁜 거 누구보다 잘 알면서.. 뭐라카노 이 사람이 진짜.


"잠깐만, 내 지금 집에서 논다고 하루 종일 진짜 노는 줄 아는 거가? 아닌 거 알면서 아침부터 말 참말로 이쁘게 한다. 어?"

내 목소리에 엄청난 화가 묻어있음을 눈치챘는지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기분 상한 내 맘은 돌이킬 수가 없다.


아마도 본인은 진짜 아무 뜻 없이 한 말일 거다. 늘 나에게 고생한다 수고 많다 토닥토닥하는 사람인데 무심결에 툭 내뱉은 게 어쩌면 본심인가 싶어 괜한 의심이 든다. 속마음은 그렇단 말이지. 자격지심 투성이인 나는 아침부터 해도 해도 표 나지 않는 집안일에 치이다가 엊저녁에 식구들이 남긴 음식으로 한 끼 해결하려고 앉았는데 한 숟가락 들다가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혼자 벌어 다섯 식구 먹여 살리느라 애쓰는 남편이 안쓰럽고 고마운 건 당연지사다. 결혼할 때 맞벌이였음에도 집안일 동참 안 시키겠노라 내가 먼저 호언장담했었다. 나는 가장의 역할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오는 거라고 그땐 생각했었기에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집안일은 절대 시키지 않겠노라 나 스스로 다짐했었다. 돈벌이에 능력이 없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돈 잘 버는 남편에 대한 이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남편은 감사하게도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고 나 역시 처음 그 약속대로 철저히 집안일은 나만의 몫이다. 


새삼스럽게 역할분담을 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거라면 문제는 다르다. 


"내 오늘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아볼까?"


엄포를 놓아본들 눈앞에 보이는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안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오늘은 아이 데리러 대구도 가야 하는데 저노무 영감탱이가 아침부터 내 속을 확 뒤집어 놓으신다.


'나중에 늙어서 내한테 밥 한 끼라도 얻어 먹고 싶거들랑 잘해라 제발!!!'

한 동안 졸혼 얘기를 안 꺼냈나보다. 오늘 밤에 얘기 좀 하자 남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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