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 보인다 (나의 다짐-나에게 하는 말)
며칠째 가슴이 답답하다. 해결이 될 듯 말 듯 아직도 안갯속에 갇혀 있는 듯한 갑갑함이 아마도 나를 더 옥죄어 오는 탓일 수도 있다. 잠자리에 들어도 잠이 오지 않고 하나의 근심이 끝나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진 않을까 이젠 아예 몸속 방어기제가 전자동 시스템으로 작동 중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 걱정 걱정의 나날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완벽주의자도 아닌데 내 실수나 잘못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다. 똑같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수시로 말하곤 하지만 나에게만은 굉장히 엄격했다.
겉으로는 아주 대범한 척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냐?' 하면서도 속으로는 쩔쩔.. 세상 쫄보다. 툭 털어내도 될 텐데 지나친 걱정이 내 모든 미래의 가능성을 붙들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는 건 성격 탓일까 아님 잃을 것들에 대한 미련이나 불안감 때문일까. 마음을 비운다는 게 이렇게나 힘이 드는 일인지 새삼 느끼는 중이다.
사람들이 가진 각자의 그릇 크기가 다 다르듯, 만족의 중량도 다 다르다. 라면 한 그릇에도 배부름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미 배가 부르지만 라면에 김밥까지 먹어야 충족되는 사람도 있다. 집 하나로 나는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미 다주택자이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 채를 더 살까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친 욕심이 현재의 행복을 모르고 지나치게 만드는 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나 따위가 다주택자의 행복 따위를 운운할 처지인가 생각하니 급 뒷골이 서늘해진다.
물론, 돈과 행복 두 마리 다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아서 기회비용에 대한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투자전문가 존 리가 프랜차이즈 커피 한잔 값을 아껴 투자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 맛있는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나의 휴식의 의미를 바꾸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뭐가 정답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지나친 걱정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을 거다. 걱정도 어찌 보면 만족과 같은 거여서 내려놓기가 된다면 지나친 걱정도 만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선 미리 생각하지 않고 내려놓기, 지나친 욕심도 잠시 내려놓기, 그리고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보기. 이게 가능해진다면 내가 지금 걱정거리 해소를 위해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또한, 지금 내 입장에서 가랑이 찢어지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의 욕심을 내볼 수 있는지.. 이미 가진 거에 더해 더 욕심을 내는 게 맞는지.. 내려놓기 하나로 좀 더 접근하기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 내려놓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어서 마음의 수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긴 심호흡 끝에 '그래 내려놓자'라고 수없이 반복해왔지만 아직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자식과 동생에 대한 걱정도 노후를 대비할 자산증식에 대한 생각도 모든 걱정과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세팅해보자.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걱정해봤자 바뀔 수 있는 건 없다. 그건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하늘에 맡기자. 그리고 당면한 문제들은 그때그때 해결해 나가면 된다.
자식이나 동생도 마찬가지. 이미 내 손을 떠났다. 최소한의 케어가 아닌 다음에야 지들 인생 지가 사는 거니 그것도 비워내야 한다. 돈도 그렇다. 지금 당장 없는데 로또만 수십만 장 산다고 될 일인가. 금융 공부와 아껴 쓰기를 실천해 보자.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면 투자의 기회가 보일 지도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그리고 이미 많은 부를 축척한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상인지라 글쎄 가진 게 많으면 잃을 것도 많아서 더 욕심이 난다고는 하는데 한 번쯤 현재 나는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행복하겠지만 말이다.
이건 내가 오지랖 떨 일은 아닌 거 같긴 하다.
지금 갖고 있는 걸 움켜쥐고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내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아이의 대학문제, 주식투자, 부동산, 건강, 남편의 이직.. 무엇하나 명확한 건 없지만 이미 얻은 것들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재의 내가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다 보면 시간은 흘러갈 것이다. 나의 이 감사함이 또 다른 감사함의 길로 데려다 줄 거란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막연함이 이 정도면 되지 않나 하는 적당한 타협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쓰며 매일매일 나와의 싸움을 이어 나가보려고 한다.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라며?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발 한 발..
일단 가보는 거지 뭐 가보자고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