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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Jun 17. 2022

로또 당첨!! 희망사항?

하지만 현실은 꽝~

잡은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자. 그리고, 돈 버는 것보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보내자. 

지금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자존감 강하고 스스로 자기 몫을 찾아가는 아이로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고, 아이들과 하루하루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불안하다. 


친한 언니가 아이들 명의로 재개발구역을 하나씩 샀단다. 그 아이들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좀 더 쉽게 사회에 정착을 하게 되겠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게 해주진 못했지만 스뎅(?) 숟가락 하나는 물려줘야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돈보단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한 내가 큰 잘못을 한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다. 여유롭게 여행 다니지 말고 차곡차곡 모아서 집을 하나가 아니라 세 채는 사뒀어야 했나? 


부모와 함께 한 다양한 추억이 곧 아이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라는 개똥철학이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먹히기나 할까? 재정적인 지원 없이 맨땅에 헤딩하게 만드는 게 과연 부모로서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일까?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 제 친구들은 부모님에게 집도 받고 상가도 하나씩 받았다는데 저는 없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엄마는 말이지 너희들이 어릴 때 집에서 너희들을 반겨주고 함께해주기 위해서 일을 안 했단다. 그러면 된 거 아니니?"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과연 

"맞아요, 그게 돈보다 더 중요해요!"라고 말해줄까?


이제 인생의 절반을 살았는데 이런 걱정들과 더불어 재정비를 해야 하는 건가 싶어 요즘 심각하다. 남편의 직장생활이란 건 한계가 있을 거다.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 아이들의 성장과 우리의 노후를 대비할 무기가 아직은 없다. 좀 더 영리하게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집에서 아이들 키우면서도 얼마든지 재산을 늘릴 방법은 있었을 텐데 어찌 보면 안이했고 주변의 변화에 둔했다. 남편이 못하게 해서라고 혼자 핑계 아닌 핑계도 대 보지만 하나마나한 소리다. 주식한다고 회사 그만두고 투자에 올인하다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또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뭐가 옳았던 걸까? 그건 정답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각자의 선택이었을 뿐.


하지만,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타이밍인 건 확실하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회사를 그만두고 정년 없는 새로운 일을 도전해야 할지.. 투자를 제대로 해봐야 할지.. 아니면 남은 직장생활에서 노후를 대비할 무언가를 찾아야 할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으니 이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건지..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반백년을 더 살아내야 할 텐데 지금 이대로의 컨디션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그동안 먼 미래처럼 느끼던 일이 갑자기 현실감 있게 훅 다가왔다고 해야 하나. 마냥 젊은 줄 알았던 우리가 반백살이 되었다는 현타가 요 며칠 아주 우리 부부를 벼랑 끝까지 내몰고 있다.


한참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지지난주 로또 1등 당첨금 얘기를 들었다. 100억이 넘었으니 세금 떼고 받는다 하더라도 그 당첨자는 앞으로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나도 로또 당첨만 된다면 지금 이런 걱정은 깡그리 묶어서 바다에 던져버려도 될 텐데 일면식도 없는 그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


시골 잔치집에서 잔치가 열렸다. 너무 오랜만의 잔치라 신나게 즐긴 남편과 나는 새벽녘에 시골 바다의 고즈넉한 방파제 위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치 모사사우루스같이 생긴 집채만 한 물고기가 유유히 우리 앞에서 유영하더니 꼬리를 흔들고 바닷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지난주 아침에 나는 이 꿈을 꾸고 나서 바로 해몽을 찾았다. 태몽 아니면 재물운이란다. 태몽은 이래저래 봐도 해당사항이 없다. 그렇다면,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 건가. 바로 로또를 샀다. 꿈이 다 맞으면 이 세상에 로또 당첨 안 된 사람이 어딨냐며 애써 담담하게 토요일을 기다렸다. 번호를 맞춰보기도 전에 당첨자가 50명이란다. 잠깐? 그럼 당첨되면 당첨금이 얼마지? 4억 4천?? 뭐야 이게... 하지만, 내 현실은 5천 원짜리 하나도 당첨되지 못한 올 꽝~~ 그럼 그렇지!


20대의 나는 빨리 40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현실도피성 사고이기도 했지만 내 미래는 적어도 지금보단 나을 거란 막연한 희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40대가 되고 보니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하며 20대를 보낸 건지 이제야 후회가 밀려온다. 나는 20대 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할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을 좀 더 치열하게 살아냈어야 했다. 열심히로는 부족한.. 정말 치열하게 말이다. 그렇게 20대와 30대를 보냈더라면 지금은 스뎅 숟가락 정도는 물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는 인생을 사는데 따라다니는 영원한 동반자다. 후회할 시간에 새로 시작하자라고 마음 다잡고 다시 인생 리셋! 올해 안에 우리는 어떠한 결론이든 내려고 한다. 준비과정도 필요하고 독한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차근차근 욕심내지 않고 한 발 한 발 디디다 보면 어딘가에 닿는 그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동안 헛살아온 게 아니니까 말이다. 치열하게 살지 못했을지는 모르나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니 무리하게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정말 없겠지?)


ポケットの中の夢[포켓노나까노유메] 

포켓 속의 꿈! 시아버지가 늘 하셨던 말씀이다. 당신도 결국 일확천금의 꿈은 이루지 못하고 가셨지만 매주 소소한 기다림의 기쁨을 누리셨다. 나도 아마 당분간은 매주 로또를 사게 될 거 같다. 아니 계속 사겠지?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말이다.


막연한 희망사항은 주머니에 담아두고 현실은 열심히! 치열하게! 


이번 주 당첨의 주인공은 내가 될지도 모른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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