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면 엄마 맘은 찢어진다

응급실 갈 준비를 마치고..

by 열정아줌마

코로나 확진이다.

그동안 우리 집은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다.

지난 2년여간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남편은 거리두기가 풀린 지금까지도 회식 한 번 하지 않고 점심도 사내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나 역시 웬만하면 모임은 나가지 않고 은둔 생활에 가까울 정도로 집에서만 보냈다.


여행을 좋아하는지라 아이들과 여행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어서 그럴 때에도 오후 두 시가 넘어서 식당을 가거나 저녁엔 아예 식당 출입조차 하지 않았다. 아기새에게 먹이 주는 어미처럼 남편과 둘이서 포장해서 나르거나 직접 해 먹는 등 식사는 거의 숙소에서 해결할 정도로 조심했기 때문에 그래도 그나마 코로나로부터 안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2년을 보냈는데 무너지는 건 한 순간..


어쩌겠는가? 남들도 다 걸리는데 우리라고 별 수 있나? 거리두기도 풀리고 마스크도 실외에선 착용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혹시나 싶어 마트 같은 곳도 아이들 데리고는 절대 안 갔었는데 요즘은 늘 같이 다녔으니 이래서 방심은 금물이란 말이 생겼나 보다.


나만 아프면 되는데 아이가 아프니 이건 다른 얘기가 된다. 한집에서 내가 아무리 조심 한다한들 내 직업이 주부이고 엄마 아닌가? 아이들과 완전 격리가 애초에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나부터 시작된 코로나 증상은 아이들 셋에게 다 옮겨간 거 같다. 조심할 틈도 없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둘째는 나와 함께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큰애와 막내는 그때까지만 해도 무증상이라 pcr검사를 받았다. 오늘 아침 둘 다 음성 통지를 받았는데 막내 녀석이 저녁 무렵부터 심상치가 않다.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요”


불길하다.

목도 아프단다. 놀래서 열을 재니 37.5도다. 불과 몇 분 사이에 38도까지 올랐다. 급한 대로 소아용 타이레놀을 먹였는데 37.5 밑으로는 떨어지질 않는다.


4시간이 경과했고 다시 열을 재니 38.5도. 다시 약을 먹였다. 그로부터 1시간이 더 지났는데 열은 38도에서 머물러 있다. 코로나 확진자라도 급하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보건소에서 문자로 안내를 받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블로그 글을 다 뒤져 인근에 코로나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병원을 검색해놓고 여차하면 튀어나갈 수 있게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이 크면서 차츰 열이 나는 횟수도 줄고 잔병치레를 하는 일도 거의 없다 보니 오랜만에 야밤 보초를 선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진짜 응급실을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그 덕에 웬만한 해열 방법은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해열제는 우리 집 기본 상비약이다. 열이 너무 안 떨어질 땐 교차로 먹여야 한다. 큰 아이가 열성 경기로 온 몸이 나무토막이 되는 걸 본 적이 있는 터라 열날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갑자기 고열이 되면 결국은 해열 주사가 답이다.


아직 38도 그대로다. 한 시간 이후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잠들어 있는 애를 깨워서 해열제를 한 번 더 먹여야 할 테고 그래도 안 떨어지거나 더 오르면 응급실을 가야 한다.


잠시 아이의 열 때문에 내가 아픈 건 깜빡했다. 아이고, 나도 열이 38도네. 부랴부랴 약을 챙겨 먹고 아이 옆에서 보초를 선다.


모든 게 나 때문인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 낯빛이 열 때문에 안쓰럽다. 제발 오늘 밤 더 아프지 말고 지나가 주었으면.. 밤을 새도 좋으니 아이만 더 안 아프면 좋겠다.


오늘 밤 너무 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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