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생이 뭐예요?

그걸 알면 이 녀석아.. 내가 이러고 있겠냐?

by 열정아줌마

"엄마, 인생이 뭐예요?"

훅 들어온 아이의 질문은 나를 너무 당황하게 만든다. 기승전 질문이 아니라 좀 전까지 전혀 다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인생이 뭐냐니.. 더 당황스러운 건 나는 정답을 모른다. 그래서 답을 해줄 수가 없다.

애써 찾아 낸 답이라는 게 고작 '인생은 말이다. 살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게 인생이란다' 따위의 뻔한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질문의 형상이 있고 없고의 차이겠지만 40대 중반이 되어도 찾지 못하고 있는 그 정답을 찾아서 나도 계속 방황 중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나도 듣는 딸도 피식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사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라는 솔직한 대답을 듣자

"그렇죠, 죽을 때까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죠"라는 딸아이의 대답. 나보다 더 철학적인 아이다.


몇 달간 매일 이만보에 가까운 길을 걸었다. 가급적 우리 동네가 아닌 곳을 찾아다니느라 자동차 키로수도 덩달아 올라갔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크게 돌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는 걷기를 두어 달 했나 보다. 어떤 때는 산이 배경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바다가 되기도 했다. 가까운 절들을 찾아다니며 마음속에 있는 번잡한 고민과 욕심들도 내려놓아 달라 빌었다. 잠시 눈을 돌렸을 뿐인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모르는 곳이 많았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이 얼마나 편협하고 주관적이었는지 그렇게 걸으면서 알아 갔다. 그렇게 걷다 보면 갑자기 아하!!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라도 생길 줄 알았나 보다. 아직은 내 마음 수양이 거기까지는 어림도 없다. 걷고 또 걸으면서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생각들이 좀 정리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후회가 되는 일들과 시간이 지나니 '그래, 이러려고 그랬나 보다..' 조용히 타협점이 생기는 일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과거사는 후자 쪽이라 걷는 동안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KakaoTalk_20221116_082508181.jpg <화엄봉에서 바라본 남해 보리암>


KakaoTalk_20221116_083103258.jpg <경남 고성 문수암>

절을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달아 놓은 소원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기와에도 있고, 대웅전 천장에 달린 등에도 있고, 불상 앞 쌀포대에도 있다. 가족의 건강과 번영, 그리고 각종 합격 염원들.. 종류는 다르나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희망하고 낙담하고 기도하고 때로는 기뻐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가지고.. 판도라의 상자에서 신이 인간에게 준 벌칙이 희망이라고 한다지만(물론, 이것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 희망 때문에 오늘을 살아내는 거니까.

KakaoTalk_20221116_084804700.jpg <경남 양산 홍룡사>

걷고 또 걸으면서 아직 내게 남아 있는 희망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은 젊으며, 건강한 가족들과 바르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나이 들수록 예전에 비해 멋있어지는 남편.. 걱정과 희망은 반비례하는 법이라 너무 많은 걱정은 내게 다가올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기도 한다. 오늘 하루 멋진 일이 내게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죽기 전 그래도 잘 살았구나 하는 인생이 되어 있지 않을까? 추상적이지만 어쩌면 가장 구체적인 이 방법을 매일 단련해 나가는 게 내가 내 인생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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