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난 내가 게으르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엉덩이 붙일 새 없이 바삐 움직이고 커피 한 잔 여유롭게 앉아서 마실 시간이 없는데도 나는 게으른 게 분명하다. 바쁜데 안 바쁘고, 부지런한데 게으르다.
철저히 내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 자투리 시간들을 활용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매일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어 가는 다른 작가님들을 보면 존경스럽단 표현도 모자란 거 같아서 적당한 단어를 찾다가 포기하고야 만다. 내가 구독한 브런치 작가님들이 하루에 하나씩 아니 그 이상 자신만의 색을 채워갈 동안 나는 그 글 하나하나 읽는 것도 버거워서 탐독보단 읽는 시늉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나면 번뜩 정신이 들어서 나도 열심히 해야지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고는 부지런한 길이 아닌 에이.. 내일 하자의 길을 선택해버리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정말 미라클모닝을 시작해보겠어를 다짐하지만 다음날 아침 여지없이 알람을 끄고 1분의 찰나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게 몇 달째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새해 아침 미라클 모닝의 시발점으로 일출 보러 가기를 결심했다. 생각보다 창밖의 어둠과 따뜻한 이불은 방해꾼이다. 올해부턴 달라지겠어를 외치고 시작조차 못 한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지라 한파에도 끄떡없을 만큼 중무장을 하고 집 근처 명당자리를 향해 집을 나섰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나는 큰맘 먹고 나온 건데 이 사람들도 다 나 같은 마음인가?
아직 어스름이 오지도 않은 깜깜 어둠 속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부지런은 아침부터 나를 놀라게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자괴감이 들었다.
그렇게 새해 일출을 보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 하나씩 글을 쓰리라..
나의 신년 다짐은 일출 본 그날로 끝이 났다. 작심빵일이다. 결국 일출만 보고 글은 못썼으니까 말이다. 부지런한 작가님들 발톱 밑에라도 가보려고 했던 나의 진심은 결국 빵일짜리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허무하지만, 빨리 인정하기 위해 3일째 되는 오늘이라도 마음을 다잡아 보기로! 일출도 봤는데 포기하는건 억울하니까 말이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어 시작했던 브런치이다. 나 따위 아줌마가 글을 써본들 누가 읽어주겠어라고 생각하며 가뭄에 콩 나듯 삘(?) 받아 죽 써서는 탈고 없이 덜컥 올려버리는 엉망진창의 글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이 해 주신 뼈 때리는 말씀에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며칠 고민을 하고 정성스레 글을 쓰는 작가님들에 비해 나는 너무 가벼웠던 건 아닐까? 그런 작가님들과 브런치에 같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 민망하고, 매일매일 부지런함에서 기인한 매끄러운 작가님들의 문장들을 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야 말할 것도 없다. 구독자를 늘리려는 노력도, 더 많은 작가님들을 찾아다닐 용기도 없다.
하지만, 새해다. 지난해를 반성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아주 나이스한 타이밍~
잠시 나 따위는 브런치를 할 자격이 없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는 안녕! 새로 시작하는 거지~ 작심빵일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한 걸음은 뗐으니 어제보단 나은 오늘이 되지 않을까?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보다 올해는 더 많은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들을 보면서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편식 없이 접해보려고 한다. 내 관심사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다양한 분들의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행운이다.
그렇게 많은 분들의 생각과 표현들이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기를,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관점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기를, 올해는 그로 인해 내적 성장을 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작심삼일차 다시 한 번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