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발목 잡는 건 어쩌면 체력일지도..

팔공산 갓바위를 다시 가다

by 열정아줌마

남편이 일을 쉬며 나쁜 것은

벌어놓은 돈이 조금씩 줄어드는 일이고


남편이 일을 쉬며 좋은 것은

그가 건강해짐과 동시에 등산이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본인은 취미가 아니라 살기 위해 산을 오르는 거라 말하지만 산에 오르며 많은 것들을 치유받고 있는 건 확실하다. 매일 같은 산 또는 처음 가보는 산들을 오르면서 산이라면 치를 떨던 예전의 그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고 도전하는 모습이 다소 어색하고 그 답지 않아서 다른 남자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15킬로가 빠졌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인상에서 풍겨 나오는 이미지가 삶에 찌들고 스트레스 가득했던 얼굴이 아니라 그냥 사람답게 살고 있는 듯해서 안심이 된다고 할까? 앞으로의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등한시 했던 건강부터 되찾고 '에이!! 까짓 거!!'라는 막연한 긍정을 계속 불어넣고 있다.


뭐든 어중간하면 안 된다. 일단 지금은 건강이 우선이니 그것부터 하자.

매일매일 긍정마인드 주입하기!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면서 많은 걱정과 생각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고 있다.


지난주였다.

"이제 때가 되었다. 팔공산 갓바위에 오를 때가."

' 이건 또 무슨 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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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큰 아이와 팔공산 갓바위에 도전했다가 혼자 낙오 아닌 낙오를 했었기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단다. 매일같이 계단지옥인 뒷산을 두 시간씩 오른 덕에 어렵지 않게 갓바위에 도착했다. 내려올 때도 어찌나 빠른지 날다람쥐가 봤다면 한 판 붙자 했을 거다. 물론, 힘은 들었다. 하지만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으니 쉬어가라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음에도 쉬지 않고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많이 올랐다.


그렇게 팔공산 갓바위를 오르다 문득 계단지옥인 뒷산 정상을 처음 올랐던 날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진작 이렇게 살 걸.. 내 건강도 좀 챙기고 운동도 하면서.. 너무 회사만 생각하면서 어리석게 살았다"

"그래, 평생 여보 병간호하면서 살 뻔했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받아쳤지만 얼마나 사무치게 후회가 되는 말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몇 개월간 잃어버린 건강을 찾느라 노력한 남편이 고마웠다.

"여보 때문에 내가 살았다. 고맙다"

(울컥.. 이 남자 왜 이러지????) 성공하고 싶다면 체력부터 키우라고 했다. 체력이 그 한계를 이겨내게 해 줄 거라고.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어제였다. **코디님이 오셨는데 평소와 다르게 침울하기에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직장 동료 남편분이 오십 둘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단다. 오늘이 발인인데 기분이 너무 안 좋다고 하며 울컥하신다.

그런데, 너무나 죄송하게도,

'아.. 내 남편은 그래도 아직 살아있구나. 다행이다' 순간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로 건강합시다라고 말하며 헤어지는데 이제 그런 나이구나 새삼 남일 같지 않았다.


오늘도 둘이서 산에 다녀왔다.

산에서 내려오는데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꽃향기를 맡았다. 아무런 냄새도 안 나서 아직 덜 피어서 그런가 보다 지나치는데 그 순간 살포시 부는 바람에 섞인 매화향기가 어찌나 진한지 방금 내가 왜 꽃에다 코를 대고 억지로 그 향을 맡으려고 했을까. 이렇게 어리석게 살았었구나라는 생각에 혼자 웃고 말았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남편에게 인생 제2막은 지금부터다!라고 매일 말해주고 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일들을 보고 듣다 보니 돈이 인생의 최고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없으면 안 되는 필수적인 삶의 원천이고 힘이지만 어쩌면 그동안 그것만을 목표로 살아왔던 건 아닐까? 자기 목숨값으로 벌어온 돈이라는 생각이 드니 미안하고 안쓰럽다. 많이 남아있기라도 하면 덜 억울할 텐데 다 어디 갔는지^^;;;


매일같이 오르는 산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일같이 힘들고 매일같이 어렵다. 아마도 남아 있는 인생도 그럴 것이다. 그런 마인드로 하루하루 살아낸다면 어떻게든 정상에 다다르게 되겠지. 지금껏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 이제 둘이서 같은 방향을 보고 힘을 합해 보자고!!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다지고 또 다진다.


이제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시간을 주고 싶다. 바쁜 와중에 가족들에게 나름의 최선을 다해 온 걸 알기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 줄 체력! 다 같이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

(다 잘했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금물이다.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아낀다. 투비컨티뉴드~~~)


"다 드루와!!! 뭐 까짓 거 부딪쳐 보는 거지 뭐!!!!"

(음.. 조금은 천천히 드루와도 될 거 같긴 하지만^^;;;)


2015-01-11_00;24;14.jpg 출처 : 네이버카페 똑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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