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구독자가 인정한 1위 소설.

by 갑수림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

출판사에서 공모전을 열 때는 기존과 색다른

소설을 기대하며 여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고 참신한 작가 선발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고.


나는 네 번째 글을 쓰는 자칭, 어설픈 중견작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유교사상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내가

더 이상 참신하고 색다른 소재의 소설을 쓰기에는

나의 정서와 사상이 너무 고리타분했다.

그럼에도 나는 욕심을 냈다.

설사 이 소설이 내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라도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색다르고 참신한 소재...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주인공을 평소와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 내야만 했다.

완전히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내게 한계였기에

50대 후반 유교사상 교육을 받은 한국의 아줌마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주인공 캐릭터를 설정했다.

그러면서 나의 꿈인 코믹 요소가 들어가는 로맨스 소설.

어차피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욕심을 최대한 부려

코믹 요소도 넣고, 세편의 글에는 없는

위기 상황도 소재로 집어넣었다.


공모전 자격이 주어지는 기간 동안, 내가 올린 소설은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기존보다 더 확실한 캐릭터와 코믹요소와

공모전 심사기준 기간 동안에는 살짝 맛만 보이는

위기 상황묘사 덕분인 것 같았다.

조회수와 관심버튼과 하트는 기존 소설에서 보던

숫자가 아니었다.

내가 글을 써 놓고도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을 정도로 네 번째 공모전 소설은 마음에 들었다.

공모전 기간 동안 내 소설은 거의 몇 번을 제외하고

항상 1위를 차지했다.


심사 기간이 지나고도 나는 습관처럼 주 3회 차 소설을 올렸다.

이건 공모전과 상관없이 내 소설을 읽어주는

독자들에 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내 글을 읽어주는 보답의 마음이었다.

이쯤 되면 공모전 결과가 궁금할 것이다.

결론은 아주 시원하게 미끄러졌다.


공모전 결과가 나왔을 때도 나는 베스트리그에서

1등을 놓치지 않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실망과 좌절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남편도 이번만큼은 최소한 우수상이라도 받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나의 네 번째 소설도 출판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나는 대상과 우수상을 차지한 글이 내려가기 전에

얼른 읽어야만 했다.

공모전 당선글과 내 글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야 했으니까.

음... 결론적으로 내가 터득한 차이점은

내 글은 재미있고, 때로는 웃기고 가슴을 졸이기도 하지만

깊이감이 없었다.

그리고 문필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재미는 내 소설이 훨씬 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문학소설도 아니고, 어차피 재미로 보는 로맨스 소설인데

재미있고, 때로는 설레고, 웃음을 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그렇다고 내 소설이 저급하냐? 그것과도 거리가 먼데...

솔직히 좌절감이 좀 오래갔다.

연재하던 글을 멈추고 싶을 만큼.

네이* 좋은 일만 시키는 도구 같았다.

무료 구독자가 많아야 유료 구독자도 늘어나는 데

나는 여태 남 좋은 일만 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마니아 구독자를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비록 출판사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소설이었지만

구독자들이 최고로 인정해 주는 소설이었으니까.

그렇게 연재를 이어가면서 나는 온라인으로

웹소설 로맨스 강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망설임도 없이, 결재를 하고 성실한 학생처럼

노트에 필기를 해 가며 이론을 처음 배웠다.

철석같이 믿었던 공모전에 미끄러지고서야

3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 웹 소설 쓰는 이론을

처음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 08화8화. 드디어 소설 작가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