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스스로 학습을 하기 시작하다.

by 갑수림

늦게 배운 도둑이 무섭다고!

그 말이 나를 두고 한 말인 줄은 몰랐다.

식사를 하면서도, 일상의 주부 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머릿속은 온통 소설 속의 주인공에 매달려 있었다.

글을 쓰느라 끼니도 잊고 미친 듯이 빠져 들었다.

물론, 가정주부의 역할을 소홀히 할 때도 있었다.

내가 만든 주인공에게 빠져들어 가상 속의 인물을

현실에서 꿈을 꾸듯 사랑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이상향의 남자 주인공을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렇게 소설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관심사가 되었다.

소설은 한 회차에 4천 자 이상, 잘되면 웹툰으로

선보일 수가 있다고 하니까, 나는 떡 줄 사람 생각도 없는데

희망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며, 이미 나는 웹툰화된다는 가정하에

그걸 염두에 두고 120화는 기본으로 써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글을 올리고 생 초보의 글쟁이는 신이 났다.

왜냐하면 네이* 챌린지리그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다음 단계인 베스트리그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독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글에 대해서

공부를 하거나,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겁도 없이, 덤벼든 국내 소설판에서

베스트리그를 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관심과 하트가 늘어나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고

정기구독자처럼 내 글을 관심으로 눌러놓고

구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침 7시에 글이 올라가도록 예약을 해놓고

7시 10분이 되어서 사람들이 내 글을 과연 읽었을까

싶은 궁금증에, 휴대폰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세상에! 나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10분 사이에 수십 명이 벌써, 내 글을 읽고 있었다.

그때의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의 어느 곳에 사는지도, 나이가 몇 살 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허접한 내 소설을 이른 아침부터 읽었다는 사실에

나는 감격스러움을 만끽했다.

1시간 뒤에는 몇백 명이 글을 읽었다는 조회수가 떴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그냥, 내 젊었을 적 청춘이 아까워서 소설 속에서라도

나의 푸르른 시간을 보내던 내가

서툴고 형편없는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에게

책임감과 나의 정서를 더 예쁘게 보여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지금도 처음 쓴 소설을 읽어보면, 서툴고

부족함이 넘치는 글이라는 걸 여실히 느끼지만

투명한 나의 성격과 정서가 고스란히 밴

민낯의 내 모습이 온전히 담겨있는 글은 첫 소설이었다.

40화가 넘어가면서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이제 40화인데 앞으로 어떻게 120화까지 쓸까?

이제는 쓸 에피소드가 없을 것 같다는 막막함에

며칠을 한자도 쓰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다행히 미리 써 놓은 여유분이 있어서

매주 3화씩은 약속을 어기지 않고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취미로 쓰기 시작한 소설이었지만

인터넷상에 올리고, 세상밖으로 선을 보였을 때는

더 이상 나만의 글이 아니고, 어느새 훌쩍 늘어난

조회수만큼 독자들의 소설이 되어버렸다.

나는 매주 월. 수. 금 정확하게 아침 7시에 1분도

지각하지 않고 글을 올려야 할 막중한 책임감이

나도 모르게 주어졌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와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들 간의 무언의 약속이 생겼기 때문이다.

비록, 무료 독자라 나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1원 하나 주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그것보다 더 큰!

감히 숫자로 가늠할 수 조차 없는 보이지 않는 용기와

응원과 희망을, 선물로 주고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새로운 소재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새로운 에피소드가 드디어 떠 올랐다.

아주 평범한 일상인, 설거지를 하면서.

왜 그런 아이디어가 떠 올랐는지 나는 지금도 모르겠다.

그날밤 나는 잠자는 시간도 잊고 12시를 넘어

신나게 새벽까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속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나는 마치, 미팅을 하루 앞둔 설렘과

기대와 떨림으로 3회 차를 단숨에 써 내려갔다.

소설에서 등장인물 한 사람이 나타날 때는

항상 남자 주인공이나, 여자 주인공과 관련이 있어야 하며

몇 회차만 반짝 나타나는 게 아니라, 언제 또다시

등장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했다.

그 등장인물의 섬세한 감정과 정서, 그리고

주인공에 대한 마음이든, 연민이든 반감이든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서 대변을 하듯 글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주인공과 서브 주인공

그 외 사람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진실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서 어느 순간, 글을 쓰는 시간보다

시리즈에디션에 있는 글과 베스트리그 상위권에

있는 소설을 읽는 시간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맨땅에 헤딩하듯 어쩌다 글을 쓰기 시작한 내가

스스로 학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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