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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May 03. 2020

Buen Camino!

당신이 앞으로 걷는 길에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며

작년 이맘때 즈음에 방송되었던 프로그램 중에 나영석 PD가 연출하고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출연한 <스페인 하숙>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중간에 알베르게(Albergue)를 차려놓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전에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쓴 <순례자>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었고, 그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검’을 찾으러 순례길에 올랐었고, 나 역시 언제가 한 번은 너무 나이가 들기 전에 한 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게 3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0년 가까이 훌쩍 지나버렸고 그동안 나는 여행을 참 많이 다녔지만 최소한 한 달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시도해 볼 엄두도 못 내었던 것 같다. 아마 훌훌 털고 훌쩍 떠나 버리기엔 내가 해야 할 일들, 나를 붙잡고 있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인생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훌쩍 떠날  있는 용기를 가지면서 살자고,  짐이 무겁지 않도록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지 말자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을 했는지이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고 결국 인생이 마지막에 다다라 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살면서 경험했던 기억이지 물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고,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일정기간 동안은 같이 걸을  있지만 가는 헤어짐의 시간이 오는 것이니 같이 걷는 시간이 즐거웠다면 헤어짐을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살았던  같다.


그렇게 40년 동안 인생이라는 여정을 걸어오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냈던 것 같다. 어떤 사람과는 아주 잠깐 동안 동행을 했고, 어떤 사람과는 몇 년 동안 같이 걷기도 했다. 동행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적도 있었고, 힘들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서로 헤어진 후로 인생의 어느 순간에 다시 만난 사람도 있었고, 다시는 우연히도 마주치지 못한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정기간 동안은 오로지 혼자 걷기도 했던 것 같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과 마음이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고 여행을 통해 서로 추구하는 것이 비슷하면 그 여행은 정말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특히 여행이란 것이 처음 가보는 곳이 대부분인 관계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누구와 함께 있었느냐에 따라 그런 상황이 나중에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되기도 한다.


한편, 누군가와 여행을 하면서 제일 곤혹스러운 상황은 더 이상 서로 나눌 이야기가 없을 때이다. 몸은 같이 여행하지만 서로 대화 없이 걷기만 하는 그런 여행은 아무래도 좋은 추억으로 남기 어렵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날씨마저 완벽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더 이상 서로 나눌 이야기가 없어졌다면 서로의 길에 행운을 빌어주면서 헤어지는 것이 맞는 것일 것이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Buen Camino!”라고 빌어주면서 헤어지듯이.




40살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면서 그동안 나랑 같이 걸어줬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나와 함께 걸었던 길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을까? 나는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는 기억이 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남았을까? 나도 잘 인지하지 못한 이기적인 내 모습 때문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와 함께한 여행이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노력해 주었던 그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들의 남은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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