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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Jan 17. 2022

어바웃 타임 웨딩

코로나 시대의 결혼식

2013년도에 개봉한 영화 <어바웃 타임>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면은 아마도 팀과 메리의 결혼식 일 것이다. 메리가 빨간색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손가락으로 팀을 가리키면서 신부 입장을 하는 장면, 팀이 그런 메리를 보면서 기분 좋게 댄스를 추는 장면도 무척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결혼식 도중 비가 한 두 방울씩 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풍우로 변하고 신랑과 신부 그리고 하객들이 비바람을 맞으면서 피로연 장으로 뛰어가서 피로연을 즐기는 장면이 제일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장면이 멋있는 이유는 우산으로는 가릴 수 없는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누구 하나 짜증 내거나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제일 많이 다짐했던 것이 만약 코로나로 인해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의 결혼식처럼 그냥 그걸 받아들이고 즐기자는 것이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조만간 위드 코로나를 시행할 거라고 해서 예식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하루 확진자 수가 8,000명이 넘게 나오게 되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미크론 변이까지 출현하게 되어 방역지침이 다시 강화되니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결혼식에 와달라고 하기가 무척 미안했다.


게다가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경우 10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하도록 지침이 변경되는 바람에 시카고에 살고 있는 여동생 부부와 조카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고(자가격리기간 10일을 하게 되면 조카가 학교 수업을 너무 많이 빠져야 돼서 부득이 못 오게 되었다), 캐다나로 이민 간 큰 이모와 막내 이모 식구들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이와 같이 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경우 10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하도록 지침이 변경되면서 원래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가려던 계획도 틀어졌다. 2년 만에 해외여행을 그것도 신혼여행으로 간다고 무척 들떠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해놨는데 결국 모두 취소하고 제주도로 여행지를 변경했다.


뿐만 아니라 청첩 모임을 하려고 하니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10명에서 4명으로 강화되어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결국 계획했던 모임들을 다 가지지도 못했다(특히 결혼 10일 전부터는 코로나 확진이 되거나 밀접 접촉자가 되면 결혼식을 진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해서 청첩 모임을 못 가졌다). 안 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2년 넘게 얼굴도 잘 못 보았는데 청첩 모임도 없이 결혼 소식을 알리려니 무척 미안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염치없는 기분이 들었다.




결혼식이 다가오면서 당연히 오리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아이 반에 확진자가 나왔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축의금을 미리 보내주는데 머리로는 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특히 친한 친구이거나 내가 결혼식에 참석했었던 친구인 경우에는 서운한 마음이 더했다.


결혼식 며칠 전부터는 날씨 걱정이 많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날씨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결혼식 날 날씨가 좋지 않을 것 같았고, 실제로 결혼식 당일 아침에 헤어 메이크업을 받으러 가는 길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어 기분이 좀 우울했다.




이런 좋지 않은 상황들로 인해 걱정이 들 때마다 스스로 결혼식이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게 진행되더라도 그 상황을 즐겁게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절대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덕분인지 미세먼지가 있긴 했지만 예식 당일은 겨울치고는 포근한 맑은 날씨였고, 예식 진행 중에 신랑, 신부가 서로 맞절을 하는 순서에서 너무 빨리하는 바람에 다시 했어도 그냥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 이렇게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은 무사히 끝났다.


마지막으로 막상 결혼식을 해보니 예식 시작하기 전에 와주는 친구들, 예식 거의 마지막에 진행되는 친구들과 사진 찍는 순서까지 기다려서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들, 주례 선생님 의전이나 수납 부탁에 흔쾌히 응해준 친구들 그리고 주례 부탁에 선뜻 응해주신 연수원 교수님이 정말 고마웠다.


어떤 사람의 인생에 있어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은 아마도 이런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그 사람에게 더 의미 있게 기억되는 것일 것이다.


2022년 1월 9일 일요일 2시 그렇게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다.



<표지 사진 출처 - 다음(DAUM) 영화 어바웃 타임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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