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한 여행자 Apr 04. 2022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인생이 바뀌는 시기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고 그리고 행복하게 해 준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가 어제자로 종영했다. 정말 오랜만에 매주 본방 사수를 하면서 본 드라마였다.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 맺어지지 못한 결말을 두고 아직까지도 시청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것 같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라라랜드>식의 결말이 나쁘지 않았다.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자우림의 노래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가사 내용에 비춰 볼 때에도 예상되는 결말이었기도 하거니와 현실에서 19살에 만난 첫사랑과 결혼까지 하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주인공들이 결혼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오히려 비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아마도 현실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니 드라마에서만이라도 주인공들의 첫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우정을 그린 드라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시기는 어떤 사람의 존재 자체 그리고 말 한마디가 매우 크게 다가오는 시기다. 좌절해 있다가도 내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 시기이고, 어떤 사람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로 인해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어떤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도 않았고 잘해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특별히 공부를 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고 무엇보다 공부보다는 친구들이랑 야구나 농구를 하는 게 더 즐거웠고 그래서 학교에 야구나 농구를 하러 갔었던 것 같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스스로 공부를 할 줄을 몰랐고 그래서 시험 전날이면 걱정이 된 엄마가 소파에 누워 있는 내 옆에 교과서를 들고 와서 시험에 나올 것 같은 부분을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그 덕에 같은 중학교에 다녔던 누나나 동생은 전교 10등 안에 들면 주는 우등상을 받고 졸업을 했는데 나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처음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여름이 되어서였다. 당시 난 부모님이나 누가 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을 했는데, 그 이유는 당시 내가 학교에서 좋아하던 친구가 외고에 진학하려고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참고로 그 친구는 공부도 잘하면서 학교 방송반이었고,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서울시 대회에도 나가는 등 다재다능한 친구였다).  


그렇게 갑자기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부모님께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당시 외고 대비반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를 하던 친구들이 다니고 있었고, 진학률이 높은 반에 가려면 시험을 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했는데 그때까지 학교 수업 외에는 그런 고난이도의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제일 끄트머리 반에 들어갔다.


하지만 3개월 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를 했고(엄마 얘기로는 갑자기 외고에 가겠다고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엄청 신기했다고 한다), 운이 좋게 외고에 합격을 했다. 당시에는 외고에 진학하려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서 지원을 하고 과학고등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가 공동으로 출제한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시험을 봐서 학교 별로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는데(그래서 과학고나 외고에 합격하면 연합고사를 보지 않았다), 그 해 유독 수학 문제가 어렵게 나와서 나 같이 준비기간이 짧았던 사람과 오랫동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면서 준비했던 친구들 사이에 변별력이 거의 없게 되어서 합격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봐도 객관적으로 나보다 공부를 더 잘했던 친구들 여러 명 불합격을 했다. 그리고 정말 웃픈 사실은 정작 나에게 외고에 진학할 동기를 부여해준 그 친구는 합격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외고에 합격하고도 이게 좋아해야 할 일인지 좀 헷갈렸다.


사람 일이  그렇듯  친구와 다른 학교에 진학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를 자연스럽게 잊게 되었다. 그래도  친구가 외고에 진학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외고에 진학하게 되었고,  덕분에 공부하기 좋은 환경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있었결과 나름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지금도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친구를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사람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존재 자체로 우연히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진 출처 -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공식 홈페이지 사진첩>


<표지 사진 출처 -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공식 홈페이지 사진첩>

이전 12화 아이 콘택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