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비추는 거울, 눈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우리의 얼굴 중에 외부로 내어 놓을 수 있는 기관은 눈 밖에 없게 되었다. 근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서로 간에 눈밖에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의 눈만 보고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나를 아는 사람인지는 물론 그 사람이 기쁜지 슬픈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오래 관찰하고 있으면 지금 하고 있는 생각까지도 대충 알아챌 수 있 수 있다. 이런 걸 보면 눈은 참 신비로운 기관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눈은 너무나도 정교하고 완벽하다고 한다. 현대 과학이 만들어 낸 그 어떤 기구보다도 섬세하고 복잡해서 진화론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신이 디자인한 기관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얼마 전에 본 유튜브 영상 중에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 신경생물학과 교수 앤드류 후버만(Andrew Huberman) 교수의 '눈은 뇌의 일부이다'라는 내용의 영상이 있다. 주요 내용은 눈은 척수와 마찬가지로 뇌와 신경으로 연결되어 있는 기관으로 뇌의 일부분이 두개골 밖으로 나와 있는 형태이고, 이와 같이 뇌의 일부인 눈이 몸 밖으로 나와 있는 이유는 사물을 식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빛을 인지하기 위해, 보다 정확하게는 일출과 일몰 시의 빛의 변화를 인지하여 뇌와 신경계가 언제 깨어 있어야 하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고(이에 따라 코티졸과 멜라토닌을 분비하게 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의 눈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빛을 인지하는 기능이 있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우리가 다른 사람의 눈만 봐도 그 사람의 기분이나 생각까지도 알 수 있는 건 눈이 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응들이 눈에 투영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예전에 본 영화 중에 <아이 오리진스( l Origins)>라는 눈과 영혼과 환생을 소재로 한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있다.
주인공 이안은 "이 지구 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눈 속에 각각의 고유한 홍채의 쌍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에 착안해 눈의 기원을 찾으려고 한다. 이안은 핼러윈 파티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신비한 홍채를 가진 여자를 만났다가 헤어진 일이 있었는데 이후 우연히 광고판에서 그녀와 같은 눈을 가진 여자를 본 후 그녀를 찾으려고 하지만 포기하려는 순간 우연히 지하철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소피였고, 이안이 핼러윈 파티 때 왜 자신에게 다가왔냐고 묻자 소피는 이안을 처음 본 순간 전생부터 연결되어 왔던 것 같이 느껴졌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안은 전생 같은 건 믿지 않는 과학과 논리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이후 이안과 소피는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는데 혼인신고를 앞두고 소피가 엘리베이터 사고로 죽게 된다. 이후 이안은 홍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다.
하루는 이안이 태어난 아이의 홍채를 스캔해보는데 다른 사람으로 식별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아이가 소아자폐증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특정 사진과 사람에 대해 이상한 반응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에 이안은 아이가 반응한 사진에 있는 장소를 찾아가 보았는데 아이로 식별된 사람은 아이가 태어나기 얼마 전에 죽었고, 아이가 이상한 반응을 보인 사진들은 그 사람과 관련된 물건이거나 그 사람의 아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이안은 살아있는 사람의 홍채는 동일할 수 없지만 이미 죽은 사람은 예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를 찾다가 소피의 홍채 사진으로 검색을 해보는데 소피와 같은 홍채를 가진 소녀가 인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안은 영혼이나 환생 같은 것을 믿지 않기에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결국 인도에 가게 된다.
이안은 인도에서 소녀를 찾아보지만 이미 가출한 상태였고, 소피의 눈 사진의 광고판을 설치를 하는 등 가능한 방법으로 수소문을 해보지만 소녀를 찾지 못해 포기하려는 순간 우연히 어떤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이안은 그 소녀의 눈을 보는 순간 자기가 찾던 소녀임을 직감한다. 이안은 그 소녀에게 소피와 관련된 물건이나 소피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지만 그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안은 잠시 영혼이나 환생 같은 것에 현혹된 자신을 질책하면서 소녀를 집에 데려다주러 가는데 소녀가 엘리베이터를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안은 그 순간 소녀가 소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히 내가 알던 사람과 같은 눈빛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왠지 모를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눈은 영혼과 연결되어 있고 환생을 통해 같은 눈과 영혼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꽤나 그럴듯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렇듯 사람의 눈과 눈빛은 참 신비하다.
<표지 사진 출처 - 태연 정규 2집 Purpose - The 2nd Album Repackage 커버 사진(Beige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