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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May 10. 2020

<하트시그널>과 사랑의 유효기간

영원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과 눈빛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방송 중에 <하트시그널 3>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반인 출연자 남자 4명, 여자 4명 등 8명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한 달 정도 같이 거주하면서 맘에 드는 이성을 찾는 포맷이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남의 연애 구경이고 그중에서도 한 남자 또는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삼각구도의 쟁탈전인지라 <하트시그널 3> 역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외에도 방송을 보다 보면 자신이 경험했던 비슷한 상황이나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기도 한다.


 <하트시그널 3>를 보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입주자들이 좋아하는 이성을 대할 때에 짓는 표정과 바라보는 눈빛이다. 사람의 표정이란 것이 정말 신기해서 진짜 좋아하거나 기쁜 감정은 숨길 수가 없다. 또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그 눈빛은 일부로는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그런 빛을 띤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가 보고 있으면 누가 누구를 정말로 좋아하는지를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나를 정말로 좋아하던 시절의 상대방이 짓던 표정이나 눈빛을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멀리서 오는 나를 봤을 때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있는 힘껏 손을 힘차게 흔드는 그 모습. 카페에 마주 앉았을 때 모든 포커스를 나에게 맞추고 있던 그 눈 빛. 아마 서로에 대한 이런 기억으로 인해 어떤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때때로 찾아오는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상대방이 언제가 다시 그런 표정과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출처 : 영화 <타이타닉> 스틸컷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감정이 사그라들면서 더 이상 이런 표정이나 눈빛의 빈도수는 적어지게 되고, 그러다가 사랑의 마지막 때가 되면 우리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이 세상에서 제일 무심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를 떠나보내게 된다.   이렇게 사랑의 시작과 끝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사랑의 순환을 몇 번 겪다 보면 사랑이란 게,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란 게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한 두 번은 좋아하는 감정을 평생 동안 느낄 수 없는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도 해보지만, 결국은 새로운 시작과 동시에 언제 가는 오게 될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사랑에 있어서 해피엔딩(Happy Ending)이란 사실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어쩌면 사랑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사랑의 절정에서 끝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 <타이타닉(Titanic)>에서 불멸의 사랑을 한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이별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해서 같이 살았으면 그 모습은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의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처럼 되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 같이.  


출처 :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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