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까만 공간 가운데 둥근 탁자가 있고 노인과 사내가 마주 보며 앉아 있다. 노인은 보랏빛 망토를 온몸에 두르고 있어 마치 허공에 얼굴만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노인은 왼쪽은 세모 오른쪽은 네모난 금빛 안경을 쓰고 있다. 노인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젠장할!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노인의 이는 노래방 조명처럼 각각 형형색색의 빛을 내며 반짝였다.
“글쎄요? 원래 그녀는 언제나 늦잖아요.”
사내는 손목시계의 표면을 손톱으로 가볍게 치면서 짜증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이 근질거린다 말이지”
“마찬가지예요. 미러. 뭐 신나는 거 없나요? 이미 충분히 우린 기다렸어요.”
“그래 맞아. 지루하고 지루하군. 음.”
노인은 검은색 손톱으로 탁자 위를 신경질적으로 반복해 두드렸다.
“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사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오른손으로 완전히 까만 공간을 그어냈고 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이를 시끄럽게 딱딱거리며 한참 동안 어둠의 주머니 속을 휘저어댔다. 사내가 노인에 대한 관심을 끄고 탁자 표면에 그려진 장식을 관찰하고 있을 때 노인이 소리쳤다.
“찾았다! 역시 여기 있었군!”
노인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것은 몹시 오래되어 보이는 라디오였다. 사내는 이제야 좀 흥미가 생긴 듯 노인이 벌이는 놀이판에 시선을 돌렸다. 노인은 라디오 뒤에 전원 버튼을 켜고 노브를 돌려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만이 계속되자 사내는 이제 어떤 흥미를 가지는 일에 포기하고 탁자를 떠나려고 했다. 그 순간 쿵쾅거리는 비트가 낡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노인은 신이나 입을 벌리고 웃으며 비트에 섞인 잡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노브를 조정했다. 마침내 모든 잡음이 사라지고 음악만이 라디오에서 울려 나왔다.
“봤지 친구, 이것 봐 멀쩡해 멀쩡하다구! 젊은이들은 늘 성미가 급하다니까. 이제 준비는 되었나?”
“물론이죠. 어르신이나 허리가 나가지 않게 조심하세요.”
“별걱정을!”
자 모두 댄스 타임! 노인은 반짝이는 이를 드러내고 껄껄거리며 허리를 흔들었다. 사내 역시!
당신도 쿵쾅쿵쾅! 댄스! 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