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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즈 라이브 연주를 구경했다. 표현이 어색하긴 하지만, 재즈 공연장도 아니었고, 공연을 끝까지 본 것도 아니었으니, 그럭저럭 맞는 말이긴 하다.
호텔 만찬을 먹고 나왔을 때 라운지 바에서 재즈 음악 소리가 들렸다. 라운지 바에서 재즈를 트는 건 흔한 일이었기에, 별생각 없이 무슨 곡이지 맞추려고 소리를 하나씩 셈하며 들었다.
그런데 사운드 질감이 특이했다.
진짜 지금 연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렴 중앙 무대에서 피아노 트리오가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피아노 솔로 한가운데였고, 드럼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연주하고 있는 걸 너무 오랜만에 본 탓인지, 손가락이 건반을 치는 장면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뒤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야경이 보였는데, 그것 역시 조립된 풍경 같았다.
피아노 솔로가 끝났고, 박수를 쳤다. 나 혼자만, 다른 사람들은 동행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보처럼 가던 길을 멈추고, 그대로 서서 한 곡을 더 듣고 호텔을 나왔다.
밤 아홉 시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을 복잡했다. 방향치니까, 당연히 내려가다 길을 잃었다. 놀랍지도 않았다. 지도앱을 보고 따라가는데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가, 지하로 내려가 쓰레기 수거장까지 가게 되었다. 막 다른 길인가 했는데, 컨테이너 박스만 한 쓰레기통을 지나가자, 밖으로 나가는 길이 나타났다. 거기서부터는 대로가 나올 때까지 직진만 했다.
마침내 4차선에 차들이 오가는 길이 나왔다. 원래 목적지인 지하철역과는 한참 떨어진 곳으로 나왔지만, 큰길에서는 개구리도 길을 잃지 않는다. 수륙챙이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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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장소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과 지나치게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옷차림도, 목소리도, 말투도, 심지어 리액션도 비슷하면, 1인 2역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된다. 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인원도 한정적이라 이래저래 돌려가며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똑같을 수 없다.
몇 번이 아니라, 제법 자주 만났다. 사례를 들자면, 단골미용실 사장님과 연기 선생님, 우연히 만난 모모 씨가 그랬다. 단발머리에, 큰 키, 배트를 휘두르는 듯한 말투, 국수 면발 바닥에 내치는 듯한 웃음소리. 동일인이 확실한데.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안구 건조증이 심해서 찬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렇게 반쯤 감은 눈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걸으니,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멀리 피해서 가준다. 그럼 나도 어느 정도 적당한 감각으로 걷게 된다. 일종의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다.
착시의 원인은 눈이 아니라 뇌에 있다. 오입력 정보를 말리는 일은 어렵다.
그런데 히알루론산을 하루에 20번 이상은 넣는데도, 왜 눈은 뻑뻑하기만 한 걸까. 추측컨대 1인 2역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른 존재로 인식하면서 동시에 같은 존재로 여기는 처리 과정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읽었던 3권의 추리 소설 중 단 한 권에서도 범인을 맞추지 못했지만, 항상 난 내 추리를 확신한다.
그 정도의 믿음도 없다면, 잿빛 내일을 덮고 자는 일도 여간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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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피아노 트리오가 두 번 째로 연주했던 곡은 Just As Though You Were Here이었다. 뭐 아닐 수도 있다. 귀와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