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게, 짜릿하게, 내세요. 신음소리!

by 설다람

신음소리 내기는 재즈를 즐기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신음소리의 중요성에 비해, 음악 감상에 있어서 신음소리는 그다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 그것은 필시 재즈를 교양 사회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이들의 방해 공작 때문일 것이다. 차려입은 사람들에게는 음악을 들으면서 황홀경에 빠지는 모습 자체가 그리 달가운 장면은 아닐 것이다. 어떤 연주자는 혀를 내밀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 공연을 보러 갔음에도 눈을 감아야 하는 상황이겠지만, 재즈를 듣기로 한 이상 음악에 섞인 불순물들을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을 길러두는 것이 좋다. 그걸 버텨내지 못한다면 재즈 음악의 절반은 버려야 할 테니까. 즉 재즈를 듣기로 한 이상 신음 소리는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음악의 한 요소라는 것이다. 두렵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우린 신음 소리를 들어야 한다.


신음소리 분류학에서는 신음소리의 종류를 아래와 같이 나눈다.

1. 콧소리로 자신이 치고 있는 프레이즈를 따라 부르는 것

2. 자신이 친 프레이즈가 너무 좋아서 감탄하면서 나오는 것

3. 동료들이 치는 연주에 취해서 내뱉는 것

4. 아파서 끙끙거리는 것

5. 화가 나서 소리치는 것

6. 아무 이유 없이 내는 것


조금 이상한 것들이 섞여 있기는 하나, 대체적으로는 신음소리는 이 곡이 얼마나 충만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음악적 신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음소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피아니스트 Keith Jarrett이 있다. Keith Jarrett는 예민하고, 고약하기로 악명 높은데, 어째서인지 연주 중에 자신이 내는 신음소리에는 몹시 관대하다. 언젠가 미국 국립예술재단에서 Keith Jarrett에게 왜 신음소리를 내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 Keith Jarrett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을 찾으려 할 것이고, 진짜로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다면 열정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라고 답변했다. 설득력 있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Keith Jarrett이 내는 신음 중에는 실제로 아파서 내는 신음도 있다는 가설도 있다.

실제로 Keith Jarrett는 쾰른에서 전설적인 공연을 할 당시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허리보호대를 차고 연주했다. 가엾기도 해라.

어쨌든 Keith Jarrett이 주장했듯, 연주자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작은 우주가 점점 더 확장되고 완성되어 가는 그 중심에, 자신이 있어야 할, 자신이 친 음들이 놓여야 할 자리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들어가는 순간에 있다는 걸 느꼈을 때, 저절로 입을 벌리고 내뱉는다. Yeah.

그밖에 신음소리로 유명한 연주자들은 무수히, 무수히, 무수히 많다. Bud Powell, Brian Blade, John Scofield, 거칠기로 악명 높은 Charles Mingus 빅밴드에서 신음소리, 괴성, 씩씩거림은 사실상 밴드 멤버들이나 다름없다.

같은 맥락에서 참된 감상자라면 재즈를 즐기기 위해 신음을 낼 줄 알아야 한다. 재즈 감상은 가만히 앉아서 귀만 열어두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읍을 잡아내고, 신음을 내면서 귀를 두드리는 음악에 반응해줘야 한다. 만약 라이브로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라면, 연주자들을 위해서라도 신음소리를 내주는 게 예의이다. 무대 위에서는 번개 치는 천국에서 무간에서 풀려난 프레이즈가 난리치고 있는데, 청중들이 시체처럼 앉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으면 흥이 덜 날 것이다.(흥이 안 나진 않을 것이다.) 익숙해지면 신음소리 내는 것이 재즈 감상에서 가장 재밌는 요소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신음소리를 내야 하는가? 본능적으로 흘러나오는 게 정석이지만, 이게 어렵다면 처음엔 연주자들이 신음을 낼 때 같이 신음을 내는 것을 추천한다. 곡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연주자 본인들이니, 그 사람들이 짚어주는 포인트는 확실한 신음 타이밍이다. 그다음엔 연주의 형태가 바뀌는 지점이다. 연주의 형태라 함은 '리듬', '템포', '프레이즈', '음조' 등을 의미한다. 이 형태가 어그러지거나, 완전히 바뀌는 순간엔 '아'라고 짧은 탄식이라도 내주어야 한다. 원래라면 그때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지만, 왜 그게 죽여주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면 우선을 따라서 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각 연주자들의 솔로가 끝났을 때는 박수를 치거나, 환호성을 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도 된다. 발라드 곡에서도 예외는 없다. 용기 있게 빼액 소리를 지르자. 그게 옳은 판단이었는지는 주변 사람들이 눈초리로 알려줄 것이다.


자, 이제 준비가 됐다면 다 같이 외쳐보자


"끼이이"

"뾰오호응"

"애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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