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바에 가지 않는 재즈팬도 있습니다.

by 설다람


재즈를 좋아한다고 하면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재즈 바/클럽/카페도 자주 가시겠어요?' 나의 대답은 '아뇨, 전혀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질문한 상대는 의아해한다. 여기저기 흔한 게 재즈 바/클럽/카페이고, 데이트 장소로도 한 번은 들릴 법한데, 재즈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재즈 바/클럽/카페에 전혀 가지 않는다고 하다니. 그 사람은 내가 '가짜 재즈 좋아' 군단의 일원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재즈 팬이라면 재즈 바/클럽/카페에 어느 정도는 다니면서 음악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인식이 있는 모양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재즈를 좋아하면 재즈 바/클럽/카페에 가 라이브를 보고 싶기 마련이니까. 내가 재즈 바/클럽/카페에 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재즈 클럽의 평균 입장료는 만오천 원이고, 음료값은 별도이다. 가장 저렴한 음료가 보통 팔천 원 대이니 이만삼천 원 정도 드는 것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적은 돈인 것도 아닌다. 결정하는 데 고민이 필요한 정도의 금액이다.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은 이 돈을 모아 스피커와 앰프를 사고 유튜브로 라이브를 보는 것이었다.


뉴욕에 있는 유명 재즈 카페 Smalls의 입장료는 예약하지 않고 방문했을 때는 $25이고, 예약 시에는 일요일에서부터 목요일까지는 $30,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40이다. 2023.10.13. 23:58 하나은행 고시 환율을 기준으로 $40는 오만사천이백 원이다. 음료값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모두 합치면 칠만이 조금 넘을 것이다.

Smalls는 뜨진 않았지만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재즈를 듣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Live at Smalls가 붙은 앨범은 모두 Smalls에서 라이브로 녹음된 것들이다. (Will Vinson - Stablemates - Live At Smalls, Cyrille Aimée + Friends - Live at Smalls, Omer Avital Quintet - Live At Smalls 등등) 자비롭게도 Smalls는 자신들의 클럽에서 열리는 뛰어난 연주자들의 주옥같은 연주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올려준다.

이걸 집에서 듣는 것이다.

왕복 비행기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실로 경제적인 감상이 아닐 수 없다.


이게 무슨 자랑이냐고 하겠지만, 요지는 재즈 감상은 돈을 적잖이 투자해야 즐길 수 있는 고급문화가 아니다라는 걸 밝히는 것이었다. 돈을 모아서 산 앰프와 스피커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한 비싸진 않지만 제 성능을 충실히 다해내는 것들이다. 사실 이마저도 없어도 괜찮다. 앰프와 스피커가 있으면 베이스가 더 잘 들리게 조절할 수 있지만 모두에게 베이스 음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베이스 연주자들에게 얻어맞을 소리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한 음악 평론가에게 진행자 분이 비꼬듯 '00씨 얼마짜리 오디오로 들으세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최고로 비싼 오디오 가진 사람은 누구누인데 그 사람 것보다 비싼 건 아니죠?'라고 말했다. 듣는 내가 불편했다. 평론가도 다소 언짢은 목소리로 답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듣느냐지, 무엇으로 듣느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는 평론가가 입을 앙다물고 뱉은 알찬 분노를 인지하지도 못했고, 그럴 생각도 없어 보였다. 주제는 금방 다른 것으로 전환되었다.

결국 형편에 맞게, 입맛에 맞게 좋은 것을 들으면 된다. 라이브로 들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덜한 것도 아니다.


분명 과거였다면 라이브를 직접 보러 가는 것에 절대적인 메리트가 있었다. 재즈는 즉흥연주가 중심이기에, 살아 숨 쉬면서 전개되어 가는 음의 물결을 실제로 본다는 것은 경이로운 체험이 분명했다. 재즈 음반이 가지는 취약점은 손실된 생동감이었다. 그러나 유튜브는 라이브 연주를 보여줌으로써 재즈의 즉흥성을 되살렸다. 누구나 평등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재즈 바/클럽/카페를 일종의 고급문화의 상징으로 여기고 라이브 연주 감상을 특권적 행위로 생각하는 사람, 그런 취미를 가졌다는 사실을 장식처럼 매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건 애석한 일이다.

재즈는 절대로 특권층의 문화가 아니다. 재즈는 만인에게 평등하며 그 사람의 주머니 사정이 어떠하든, 문화적 배경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재즈에 값비싼 프레임을 씌우려는 사람들이 재즈를 해친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을 닮지 말고, 우리는 재즈의 복음 전하자.

keyword
이전 07화같은 제목, 다른 노래, 알고 보니 같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