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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음악을 찾아서 들으세요? 알고리듬이 인도하지 않는 음악을 발굴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충분히 성숙해진 알고리듬은 더 정확히 개개인의 청세포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을 선곡해 준다. 기계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인간들이 만든 품질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타인의 취향을 훔쳐오는 일은 경제적인 행위이다.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알고리듬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거나, 보다 고유한 플레이리스트를 구축하고 싶은 갈증을 느낀다면 음악 탐정이 될 필요가 있다.
음악 탐정이 되어 좋은 음악을 찾아내는 일은 음악 전 분야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재즈에선 특히나 흥미로운 일이다. 재즈 음악은 종적으로 듣기, 횡적으로 듣기가 가능하다. 종적으로 듣는 것은 한 음악가를 쫓아 듣는 것이고, 횡적으로 듣는 것은 하나의 곡을 여러 음악가들의 버전으로 듣는 것이다.
예를 들면 Joe Henderson의 Black Narcissus를 들은 뒤, Joe Henderson의 다른 앨범을 듣는 것이 종적으로 듣기이다. 횡적으로 듣기는 그다음에 Carl Winther Trio 버전의 Black Narcissus를 듣고, Helen Sung Trio 버전의 Black Narcissus를 듣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횡적 듣기가 재즈를 듣는 큰 재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른 음악 장르에서도 종적 듣기는 쉽게 가능하지만 횡적 듣기는 다른 장르에서는 한계가 있다. 리메이크를 한다고 해도, 음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하며, 보컬 곡을 기악으로 바꾸거나, 기악곡을 보컬곡으로 바꾸는 일은 이미 일반적인 음악 장르에서 정의한 리메이크의 개념에서 벗어난 일이다.
그와 달리 재즈는 주 멜로디부터 마음대로 치고, 솔로를 10분이나 하고 원곡의 일부만 연주하고 끝내기도 한다. 보컬곡을 기악곡으로 바꾸는 것은 재즈의 오랜 전통이고, 기악곡을 보컬곡으로 바꾸는 일은, 몹시 권장하지 않지만(내가), 굳이 하고 싶다면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Al Jarreau가 부른 수많은 곡들을 보라! 무리수가 일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꽤 재밌는 부분도 많다.
그렇기에 같은 곡을 여러 연주자의 버전으로 들을 때 그 연주자의 고유한 영혼을 알아볼 수 있다. 이 차이를 느끼는 것이, 하나의 감상이고, 음악의 즐거움이다.
종적 듣기와 횡적 듣기에 모두 익숙해졌다면 본격적인 음악 탐정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수사의 시작은 세션 연주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rank Foster의 The Loud Minority 앨범을 듣고 트럼펫 연주가 인상적이었다면 트럼펫 연주자인 Cecil Bridgewater의 연주를 찾아 듣는 것이다. 디스코그래피를 보니 Cecil Bridgewater가 리더로 낸 앨범으로는 'I Love Your Smile'(Blue Moon, 1992)과 'Mean What You Say'(Brownstone, 1997)가 있다. 이제 각각 앨범을 하나씩 들어보면서 진짜 내 청세포에 맞는지 알아보며 들으면 된다. 그리고 그 곡의 세션도 마음에 든다면 계속 같은 방식으로 타고, 타고 들으면 어느새 내 청세포가 좋아하는 음악 영토가 넓혀져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품이 들어가면 애정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면 아끼기 마련이다. 단순히 흘러가는 음악이 아니라, 나의 삶과 얽힌 음악이 되었을 때 그 음악은 더 가치로워진다.
현재 우리는 많은 것들을 소비하고,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한 명의 평범한 음악 탐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잃어가고 있는 많은 것들을 다른 확장자로 저장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다.
이렇게 혼자서 외친다 한들 세상이 재즈를 갑자기 와락 끌어안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오늘도 한 번 더 말씀드린다.
여러분 재즈를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