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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휘목 Jan 05. 2024

고기 없는 그물

 현재 최대 관심사이자 목표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마 나와 같은 나이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집단적 목표일 것이다. 집을 구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고가 없는 나이 든 사람에게 전세나 월세를 내주는 사람은 드물다. 고독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죽게 되면, 시체 처리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집값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무연고자가 될 것이고,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타인에 맡길 수 있을 만큼 금전적 여유가 있지 않는 한, 고독사는 필연적이다. 암울하게 들리지만, 현실이다. 안정감을 위한 최소한의 기틀이 '자가'이다. '자가' 마련에 필사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고, 그 방법으로 부업거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직접적인 시도로는 이모티콘을 팔았고(카카오톡 심사에는 계속 떨어져 라인과 OGQ, 모히톡에서만 팔 수 있었다), 전자책을 펴냈고(크몽에 '비즈니스 영어', '격식 있는 영어 표현 모음집', '보고서 작성법', '자료 조사 방법'을 제작했다), 소설? IP 하나를 납품했다. 간접적인 기반을 쌓는 시도로는 기타 공모전에 글 내기, 인스타그램에 그림 작업 올리기(거의 매일 한 작품씩 올리고 있다)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성과는 없다. 그나마 크몽에 올린 전자책이 이따금 팔리는 정도이다.(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가끔 팔린다) 쉽게 가려는 마음가짐이 하는 일이 거둬들인 성적은 초라하다. 아직도 쉽게 가려는 안이한 생각은 포기하지 못했지만, 전략을 조금 더 치밀하게 재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한다.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부모님이 졸업식이 언제냐고 물으셨는데, 졸업장만 받으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사진이 다 남는 거다라고 하셨지만, 그러기엔 할 일이 많다. 사진은 남겠지만, 그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돈, 돈을 벌어야 나중에 가족에 문제가 생겼을 때, 걱정이 없고, 다툼이 없다. 웃기는 사실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대부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치료도 돈이 있어야 하고, 친구를 만나도 돈이 있어야 한다. 사치를 부리지 않아도 돈은 나간다. 항상 나간다. 여러 집안이 돈 문제로 부숴지는 걸 보아왔다. 안정적으로 행복을 관리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부모님이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미래로 유보해 둔 가치가 내게는 많다. 그것들이 안전을 보장해 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로 국소적인 상처를 마취해 주고 있다. 


' 타인에게 손 벌리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정도로는 모자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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