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세상에서

by 설다람

책 제목: The World Without Us

■ 첫 문장

NE JUNE MORNING in 2004, Ana María Santi sat against a post beneath a large palm-thatched canopy, frowning as she watched a gathering of her people in Mazáraka, their hamlet on the Río Conambu, an Ecuadoran tributary of the upper Amazon.


■ AI 번역

2004년 어느 6월 아침, 아나 마리아 산티는 에콰도르 상류 아마존 지역의 지류인 콘암부 강변에 위치한 그들의 작은 마을 마사라카에서, 커다란 야자잎 지붕 아래 기둥에 기대어 앉아 인상을 찌푸린 채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어난 이후로, 한 번도 내가 없는 세상에 있어본 적이 없다. 세계는 내가 없어도 존재하는 분명하고 확실한 실재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각하는 감각기관으로서 '내'가 사라지면, 그 사실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죽으면 세상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하긴 죽으면 살아 있었다는 사실조차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나'는 일회적인 사건이다.

배아에서 다음 배아로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 속에서는 연속적일지 모르나, 개별 유기체 자체는 일시적이며, 재현이 불가하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2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격언의 지위를 유지하는 이유도 그러한 삶의 성질 때문일 것이다.

카르페 디엠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것인데, 원문은 "내일을 최소한으로 믿으며 오늘을 잡아라"라는 뜻이다. '오늘을 잡아라'에 해당되는 카르페 디엠만 돌아다니는 걸 보면, 내일을 최소한으로 믿는 태도는 그리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듯하다. 오늘을 잡아라는 조언보다 내일을 최소한으로 믿으라는 조언이 내게는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미래를 불신해야만, 비로소 현재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 수 있다. '여기서 끝나면, 진짜 끝이다.' 같은 긴장감이 전신에 흘러야 오늘을 향해 겨우 손이나 내뻗을 수 있을 것이다. YOLO가 뭐냐는 질문에 멍청한 사람들을 위한 Carpe diem 번역이라는 Quora 글을 보았다. 아마도 YOLO를 향락의 명분으로 삼는 부류를 조롱하기 위해 한 말일 테다. 같이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You live only once라는 살 떨리는 경고문을 쾌락의 근거로 해석하는 건, 상어 출몰 구역에서 물놀이하는 것과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결국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끝 문장

Or even that one day—long after we’re gone, unbearably lonely for the beautiful world from which we so foolishly banished ourselves—we, or our memories, might surf home aboard a cosmic electromagnetic wave to haunt our beloved Earth.


■ 어쩌면 언젠가는 — 우리가 사라진 뒤, 우리가 어리석게도 스스로를 내쫓은 그 아름다운 세상을 견딜 수 없이 그리워하게 된 어느 날 —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기억이 우주의 전자기파를 타고 고향 지구로 돌아와, 사랑하는 지구를 떠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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