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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무개가 아무개들에게

by 펠릭스

경술년에 나라를 빼앗긴 후, 기미년 봄


33명의 지식인들이 태화관에 모여 조선의 독립을 선포하는 선언문을 만들고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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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강제로 조선을 지배하였던 일본에도 조선이 독립하였다는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렸고 쳐들어온 일본 헌병들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꽃이 피기에는 조금 이른 날씨, 탑골공원



이름 모를 학생이 지식인들이 남기고 간 독립선언서를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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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그리고 터져 나온 우레 소리와 같은 함성소리.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나라를 빼앗기고 고통받았던 지난날의 설움과 함께 다시 나라를 되찾은 감격이 공명을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간


대한독립만세!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삼천리 방방곡곡, 삼천만 자유인들의 가슴에는 뜨거운 꽃이 피었다


서울, 대구, 부산, 원산, 그리고 중국 인도까지 퍼져간 만세소리는


어떤 이에게는 시퍼런 멍이 든 퍼런 꽃이 되었고

어떤 이에게는 선혈의 붉은 꽃이 되었으며

어떤 이에게는 이웃나라까지 전해져 가 이국적인 꽃이 되었다


일본은 식민지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총과 칼, 매와 고문, 감시와 체포로 수많은 꽃들을 꺾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커져나가고 알려진


대한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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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민족대표 33인, 화성 제암리 사람들과 같이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3.1절의 여러 인물들이 있지만


3월 1일에 이름 모를 아무개에서 시작된 대한독립만세는 또 다른 아무개에게, 여러 아무개들에게 전해졌다.

비록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인물도 있지만, 3.1 운동의 주인공은 주권을 되찾고 기뻐서 외친 아무개들 전부이다.


'기미년의 아무개'들을 기억하는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대의 '아무개들도' 기억하며 그들 모두에게 감사와 평화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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