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라 Apr 09. 2021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읽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는 꿈이 뭐예요?”

2년 전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이를 통해 가장 어려운 질문을 받게 된다.


아이가 다니던 기관에서
나의 꿈 발표회를 하게 되면서,
아이는 기회가 될 때마다
본인의 꿈을 소개하고 다녔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꿈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엄마가
그 질문을 피해 가기란 쉽지 않았다.


“엄마, 엄마는 꿈이 뭐예요?”
“음... 엄마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꿈이야.”


정답도, 오답도 아닌
애매하기 짝이 없는 답변을
일곱살 난 꿈 많은 아이에게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 답변을 오래오래 되새기며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좋아하는 일이 무얼까?
20대 때에도 동일하게 나에게 던졌던 질문이지만
그때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었다.
혼란스러운 취업 시장 속에서
당장의 거처부터 걱정해야 했던 나에게 던져진 이 질문은
진짜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황이 매듭지어졌다.
수많은 기업에 이력서를 찔러 넣었고,
그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나를 점찍어준 회사에 출근 약속을 했다.  


첫 출근으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동일한 질문을 마주한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얼까?”
단 한마디로, 혹은 단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 있길 바랐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아이 둘을 키우며,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면 할수록
귓가에서는 윙윙 마음을 뒤흔드는 소리만 들려왔다.


아이들을 모두 재운 밤이면
남편을 붙들고 고민을 나누었다.
중요한 프로젝트라도 진행하는 사람들처럼
밤이면 식탁에서 머리를 맞댔다.
처음에는 육아맘의 힘듦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
주가 되었던 대화는
차츰 미래 지향적인 대화로 이어졌다.


그때 마침,
‘완공(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저)’이라는 책을 읽고
독서와 자기 계발에 눈을 뜬 남편의 조언을 듣게 된다.
‘우선은 읽고 보라.’는 것이었다.
나 자신을 만나는 일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일이든
읽는 것에서부터 많은 역사가 시작된다고 했다.


자주 들어왔던 말이었고,
들을 때마다 TMT남편이 풀어내는 ‘썰’로만 들리던 말이,
어느 날 밤 희망의 찬가로 바뀌어 들리는 것 같았다.


‘바로 이거다!’하는 마음이 든 순간
귓가에서 폭죽이 터지고 나팔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읽는 일을 시작하자.
읽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새로 다짐한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다양한 분야의 읽기를 시작했다.
안목을 넓히는 일이 필요했고,
언제나 소설과 수필에만 머물러 있던 시선을
사방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남편의 변화에 영감을 준 고영성 작가, 신영준 박사의
‘완공’으로 그 물꼬를 텄다.
깨알 같은 글씨가 촘촘히 박힌 벽돌 책,
‘완공’을 읽어내는 일은 처참히 실패했다.
읽었지만, 읽은 게 아니었다.
그 책의 단 10퍼센트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유명한 경영서와 자기 계발서,
그리고 마케팅 책에까지 손을 뻗었다.
책의 제목과 책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 순간
그 책은 나의 책이 되었다.


김미경 강사의 책을 샅샅이 훑어가며
인생에 대한 열정을 품기 시작했고,
꼭 만나야 했던 고명환 씨의 책을 읽게 된다.
고명환 씨의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라는 책은
가벼웠지만, 본격 읽기에 시동을 거는
강력한 킥을 날려 주었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은 오래오래 소장하며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꺼내서 읽는
보석 같은 책이 되어 주었다.


박요철 작가의 ‘스몰스텝’은
꾸준한 독서에 질서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김민식 피디의 ‘매일 아침 써봤니’는
키보드를 펼치고 뭐라도 쓸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신정철 작가의 ‘메모 독서법’은
독서를 더욱 깊이 있게 하는 도구가 되어 주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와 공지영 작가를 비롯한
애정 하는 소설가들의 책을 읽는 일은
치열한 독서 외길에 보들보들한 기름칠을 하는
즐거운 특식을 즐기는 일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읽기 생활은 시작되었다.
뚜렷한 앞길이 밝혀 지지도 않았고,
아직은 꿈을 논하기도 어려웠지만,
나를 세워가는
읽기 생활만큼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들

작가의 이전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