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후기(feat.손가락도 휴무)

by 다니엘라


어제(6월 7일)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을 맞았습니다.
오전 9시 20분쯤 병원에 도착해서
문진표 작성 후
문진 중에 백신에 대한 간단하지만
체계적인 설명을 들었습니다.

오전 9시-10시 사이에는 백신 러시가 이어졌습니다.
설렘과 긴장을 절반씩 얼굴에 머금은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순서를 기다립니다.

오전 9시 50분
주사실에서 백신에 관한 설명을 한번 더 듣고
주사를 맞습니다.
불주사보다 안 아픕니다.
늘 경험해왔던 백신의 손맛,
딱 그만큼만 팔뚝이 아립니다.

15분간 경과를 지켜보고 귀가하라는 말씀에
접종표에 적어주신 10시 10분까지 병원에 머무른 뒤
귀가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할 때쯤 되니 주사를 맞은 왼쪽 팔이
‘징~’ 하니 아프기 시작합니다.
참을만합니다.

귀가 후 3시간 이상 푹 쉬라고 하셨지만
귀가하자마자 집안일에 돌입합니다.
백신 맞은 며느리를 위해 시부모님께서
서울에서 출동하시기로 했거든요.

백신을 맞은 후 특별한 증상이 없는 며늘은
시부모님이 주무실 방을 정비하고,
점심밥을 미리미리 준비합니다.

그리고 12시쯤 첫 번째 타이레놀을 복용합니다.
아플지도 모르니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나고 보니 이때는 굳이 안 먹었어도 되는 것 같아요.
타이레놀을 먹는다고 아플 사람이 안 아픈 것도 아니고
굳이 미리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프기 시작하면 그때는 4-5시간에 한 번씩
꼬박꼬박 타이레놀을 먹어야 할 텐데
미리 약을 더 먹어둘 필요는 없는 거죠.

12시 30분.
시부모님이 도착하셨어요!
반가운 상봉을 하고 곧바로 든든하게 끼니를 때웁니다.
이때까지도 멀쩡합니다.

3시 30분.
아이들이 귀가합니다.
느낌 탓인지 슬슬 무기력감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갑니다.

저녁 6시 30분.
내장 근육부터 시작해 근육통이 조금씩 시작됩니다.
‘난 괜찮을 거야.’
하며 확신에 차 있던 마음이 살살 녹아내립니다.
점차 자신이 없어집니다.

저녁 7시를 기점으로 온몸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오한이 들고 메스꺼움이 몰려옵니다.
두통에 발열까지
종합감기약에 기록된 증상들이 빠짐없이 나타납니다.
발열은 37.8도로 시작됩니다.
좋아하는 등갈비찜을
할당량의 절반도 못 먹고 물러납니다.

저녁 8시.
저녁 식사 후 두 번째 타이레놀을 복용합니다.
체온 38.8
아이들은 남편과 시부모님께 온전히 맡기고
일찌감치 침실로 입장합니다.

밤 10시 30분.
얕은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합니다.
오한과 근육통이 선을 넘어섭니다.
이럴 때
‘오지게 당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백신에게 오지게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두통, 오한, 발열, 근육통, 메스꺼움까지 골고루 겪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1시 40분.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잠에서 깨어납니다.
직립보행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문자 그대로
엉금엉금 기어서 거실까지 나가
세 번째 타이레놀을 한 알 먹습니다.
체온 39.0

새벽 4시 30분.
여전히 열감이 느껴지고
통증도 나아진 느낌은 없습니다.
체온 38.7

오전 6시 40분.
체온 38.5
아이들 아침을 챙겨야 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한참을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한 뒤에야
무거운 몸을 일으킵니다.
시어머님의 도움으로 아침은 금세 차려집니다.
오전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프고 어지럽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전 8시 40분.
두 아이가 모두 등교, 등원을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식욕도 전혀 없고 앉아있을 힘도 없었지만,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시부모님이 곁에 계셔서
빵 1/2쪽과 고구마 하나, 그리고 사과를 먹습니다.
메스껍습니다.
아침 식사 후 네 번째 타이레놀을 챙겨 먹습니다.
체온 38.7
결근을 알립니다.
그리고 누워서 오전 잠을 또 한숨 때립니다.
신생아처럼 두세 시간짜리 조각 잠을 이어갑니다.

오전 11시 40분.
시부모님께서 점심으로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십니다.
답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식욕이 없어서요...
열이 있어서 식당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시아버님 표 특제 라면을 끓여주십니다.
감자기 입맛이 돌아요.
얼큰한 라면 반 그릇을 뚝딱 해치웁니다.
체온 38.5
다시 침대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갑니다.

낮 2시 10분.
근육통은 조금 줄었지만 두통이 대장님 급입니다.
다섯 번째 타이레놀을 털어 넣습니다.
40분쯤 더 누웠다가 일어납니다.
하루를 꼬박
땀이 흐르지 않았는데,
세시쯤을 기점으로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샤워를 합니다.

오후 4시 30분.
샤워 후에도 땀이 조금씩 삐질삐질 나더니
점차 체온이 내려갑니다.
체온 37.5
조금씩 일상의 굴레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밤 9시.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평온한 밤을 기대해봅니다.
부디 이번 시즌 마지막 진통제가 되길 바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총평.
접종 후 7-8시간 후부터 신체 반응이 오기 시작함.
꼬박 하루를 된통 아팠음.
발열과 오한, 근육통과 두통이 극에 달했을때는
타이레놀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함.
그럼에도 타이레놀이 유일한 위로의 아이템이므로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음.
타이레놀은 아프기 시작할 때 먹어도 늦지 않음.
백신 접종 후 아플 사람은 호되게 아프게 되어 있음.
끝이 있는 아픔인 것을 잊지 말고
아무리 아프더라도 희망은 잃지 말기를.

백신 후 몸살 기운으로
손가락 휴무를 하고
글도 짧게 끝내야지 했는데,
쓰다 보니 또 TMT...

이제 진짜 글을 맺으며
내일은 손가락 휴무를 끝낼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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