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의 밑바닥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오로지 어른들로만 둘러싸인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과연 내 밑바닥을 드러낼 만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아이 이기 때문에
그것도 ‘내’ 자식 이기 때문에
부끄러운 줄 모르고
참아야 하는 상황을 참아내지 못한다.
미안한 줄 모르고
감정의 날 것을 종종 드러내곤 한다.
종종 아이들에게 꽥! 소리를 지르곤 한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살고 싶었으나
긴박한 찰나의 감정 노예가 되어
소리를 꽥꽥 질러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잠시 되짚어 보면,
그 어떤 순간도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었다.
소리를 지르는 일이 합당한 적은 없었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던
지난날들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 다가올 날들은
조심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짤막한 시를 지어본다.
-
결코 소리 지를 일은 아니지.
<다니엘라>
혼자서 우유를 컵에 따르겠다고 우기던 아이가
결국 온 사방에 우유를 쏟는다.
아이의 불순종을 탓하고 싶고
뒤처리에 대한 골치 아픔이 떠오르지만
……
결코 소리 지를 일은 아니지.
식사 시간.
아이는 오늘도 밥을 새 모이만큼만 먹고
식탁을 피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오후에 허용했던 달콤한 간식이 원망스럽고
여태 식습관이 잡히지 않은 아이가 답답하지만
……
결코 소리 지를 일은 아니지.
양치질 시간.
치카치카 하자는 말을 족히 대여섯 번은 한 것 같다.
대답만 “네, 네” 하고는 움직이질 않는다.
치카가 싫은 건 알겠지만
이쯤 되면 엄마는 참을성이 바닥나고 만다.
……
그럼에도 결코 소리 지를 일은 아니지.
놀이 시간.
모처럼 두 아이가 신이 나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아랫집을 생각하며 여러 번 주의를 주지만
조심하는 법이 없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보니 속이 부글부글.
……
그러나 결코 소리 지를 일은 아니지.
아이들이 캐릭터 카드로 놀이를 한참 이어간다.
놀이가 끝난 후
거실 바닥은 캐릭터 카드로 가득 차 있다.
놀이 후 뒷정리에 대한 문제는 여러 번 이야기해 왔다.
반복되는 상황에 짜증이 솟구친다.
……
그러나 결코 소리 지를 일은 아니지.
시간에 쫓겨 외출 준비 중이다.
아이들에게 옷을 꺼내 주고
챙겨 입으라고 수차례 이야기한다.
이제 막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지만,
아이는 외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급한 마음에 아이를 탓하고 싶어 지지만,
……
결코 소리 지를 일은 아니지.
-
잘 생각해보면 아이를 향해 화를 낼 일도
부글 거릴 일도 없다.
그렇게 까진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 투성이다.
잘 모르면 가르치고,
실수하면 도와주면 되는 일들 뿐이다.
아이를 향해 소리를 내지르는 일에는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엄마가 아닌
참을성 없는 내가 있었고,
화풀이하고 싶은 내가 있었을 뿐이다.
오늘 아침에도
목청껏 지르고 싶었던 순간을 여러 번 마주하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주문을 외우듯 짤막한 시를 지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