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엄마가 그게 잘 안된다 아들아.

by 다니엘라


첫째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두 가지 미션을 제공한다.
하나는 인성 목표 실천하기,
또 다른 하나는 효도 목표 실천하기.


인성 목표는 매주 과제가 바뀌는데 예를 들면,
‘짜증 내지 않기’ ‘선생님께 인사 잘하기’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등이 있다.


그리고 효도 목표는 총 34개의 효도 과제가 있는데
일주일 간 하루에 효도 목표 하나씩을 실행하는 것이다.
효도 목표는 ‘부모님 안아드리기’ ‘신발장 정리’
‘조부모님께 전화드리기’ ‘태권도 보여드리기’ 등
실천 가능한 미션들이 준비되어 있다.
효도 목표는 옵션이 많기 때문에
일주일간 실행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반면, 인성 목표는 일주일에 단 하나의 미션이
제공되지만 난이도가 좀 있다.



이번 주 인성 목표는
짜증 내지 않기.
고난도 미션이다.


아이가 짜증을 내는 상황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몇 가지 상황이 있다.
숙제가 하기 싫거나,
그림이 생각대로 잘 그려지지 않는다거나
집중해서 무언가를 할 때 동생이 방해를 할 때면
어김없이 짜증을 내곤 한다.
그럼에도 미션이 있는 주간에는
아이는 각별히 주의를 하고 짜증을 내다가도
엄마 얼굴을 보며 슬며시 웃어 버린다.
‘엄마 오늘 미션도 동그라미 쳐 주세요.’
하는 표정이다.
조금 미흡한 날도
그 노력이 가상해서 일단은 동그라미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엄마다.
“이삭아 짜증 내지 않기 미션 기억하지?
짜증 내지 말자.”
하고 아이에게 수시로 미션을 인지시키지만,
정작 엄마는 미션 실행이 어렵다.


엄마의 짜증은 솟구치는 대로
브레이크 없이 줄줄 새어 나간다.
아무래도 짜증을 걸러내는 거름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게 틀림없다.


아이에겐 그렇게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조절하려 들었으면서 정작 엄마의 감정선은
극적인 순간마다 뚝뚝 끊겨버리고 만다.
이럴 때면
내 몸은 이미 엄마가 되었지만
감정 조절은 여전히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아이와 영어책을 읽고 있었다.
학원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를 붙잡고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엄마표라 해봐야 별건 없다.
같이 영어 영상을 보고,
같이 영어책을 읽는 정도.


그날도 영상 시청을 끝내고
스마트펜을 꺼내와 책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주리를 튼다.
상체는 그대로 있는데,
하체는 베베 꼬고 아주 그냥 난리가 났다.
애들이 다 그런 거지,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덜 재밌어서 그렇지,
머릿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현실의 나는
아이에게 짜증을 표출했다.


“아, 진짜~ 가만히 좀 못 있어?”
“너 학원 안 가는 대신 이렇게 하기로 했잖아…”
로 시작된 짜증 대잔치는 결국,
“엄마가 마시고 싶은 커피 아껴서
비싼 책 사줬더니…”
로 마무리가 되었다.
휴- 밑천 다 드러내며
아이 앞에서 완패를 하는 기분이란.


어른이 되고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나서도
여전히 잘 되지 않는다.
어쩌면 덜 자란 내가 엄마가 되어버린 바람에
더 안 되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구 하나 완벽한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 곁에서
짜증 조절 밸브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것은
두고두고 반성하며 고쳐나갈 일이다.


참 안된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부터
육아 에세이를 빙자한 반성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들에게도 선언한다.
“엄마가 오늘은 짜증을 좀 덜 내볼게.”
아이는 그저 웃는다.


엄마도 노력은 하지만
참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래서 매일 후회와 반성을 반복한다.
이런 불완전한 엄마의
넘어지고 일어서는 것을 본 아들이
조금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완벽을 요구했던 엄마도
실수가 있고,
사실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그렇게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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