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은 오늘의 마감이 기다린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다니엘라의 마감 일기.

by 다니엘라




새벽 네시 반,
무거운 눈꺼풀을
정신력 하나로 들어 올린다.
으랏차차!


오늘도 어김없이
남편이 먼저 새벽의 불을 밝혔다.
늘 똑같이 눈부신 새벽의 빛을 뚫고
아이의 공부방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아이패드를 펼치고,
키판이 닳아 반질반질해진 키보드에
두 손을 얹는다.


마감까지 두 시간.
‘오늘은 뭘 쓰지?’
지난밤에 글감을 고민하다
까무룩 잠들어 버린 바람에
답을 얻지 못하고 새벽을 만나 버렸다.
글감을 고민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가고, 글감도 같이 흘러가고..


저장해 둔 글감을 하나하나 훑어보고,
사진첩도 들여다보고
책장도 뒤적여보고
때론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글감 하나쯤은
서서히 다가와 낚싯대에 찰칵 걸려들게 된다.


글감을 얻는 즉시 생각 마라톤을 시작한다.
생각 마라톤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손가락 마라톤이 뒤따라 온다.
타닥 타닥 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생각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라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손가락 역시 점점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마감 시간을 빠듯하게 남겨 두고서야
글 한편을 완성한다.
둘째 아이가 일어나기 전
그날의 글을 마감하면
그날의 글쓰기는 대 성공이다.





글쓰기 마감.
매일매일이 마감일 이라는데,
나의 글쓰기 마감일과 마감시간은
대체 누가 정해준 걸까?
출간 작가들처럼 제삼자가 정해준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마감일과 마감 시간을 정하고
스스로 마감시간을 지키며 글을 써낸다.


매일이 마감일이라는
혹독한 스케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그것이 스스로 정해 놓은 규칙이기 때문이다.


그 규칙이 너무하다 싶어도
어김없이 지켜낼 수 있는 건,
가끔은 가벼운 글들로
스스로 숨통을 틔우기 때문이다.


때론 하루쯤 쉬고 넘어가고 싶어도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나의 소박한 글을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매일이 마감일이라는 건 너무 빡빡한 거 아니냐며
누군가가 물어 온다면,
“배운 게 그거라 그것밖에 할 줄 모른다.”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스몰스텝 책을 읽고
스몰스텝 글쓰기를 하며
매일 쓰는 습관이 몸에 착 달라붙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매일 쓰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
매일 쓰지 않으면
끼니를 거른 것 이상으로 허전하다.
매일 쓰지 않으면
숙제를 끝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게다가
매일 쓰지 않으면
손가락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으니
그냥 매일이 마감일이다.


매일이 마감일이다 보니
나 역시 나의 글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쓰기 시작할지,
오늘은 어떤 글을 완성하게 될지,
자연스레 기대하게 된다.
매일 마감하는 습관 덕분에
내가 작가가 되고
내가 독자가 된다.


오늘도 마감 시간을 지키느라
조마조마한 두 시간을 보냈다.
조마조마했지만 즐거웠고
진짜 나를 채워내는 든든한 시간이었다.
매일 마감 덕분에
매일 작은 성취감을 얻는다.
매일 마감 덕분에
작은 성공의 기억들이 쌓인다.


오늘도 한 건 마감을 했으니,
이제 글감을 낚으러 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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