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짤막하게 스치는 인연들이 있다.
만남의 순간부터
인연이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할 것을
서로가 알고 있다.
이별이 아쉬워 눈물짓는
슬픈 만남이라기보다는
만남 뒤엔
확실한 이별이 보장된 만남이다.
공적인 행사에서의 만남이라던가
업무나 종교 행사 등을 통해 마주하는 인연들이다.
관계에 대한 큰 기대감이나
서로의 성품에 대한 기대 없이
기능적인 만남이 주를 이룬다.
교회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세미나가 열린다.
세미나에 참여하는 분들은
교인들 중 자원하는 가정에 이틀씩 묵으며
세미나와 주일예배에 참석하게 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전면 비대면(줌)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거나
강의는 줌으로 모두 수강하고
마지막 날 하루만 교인들의 가정에 머물며 세미나에 참석한다.
세미나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집에 오시게 되면
정성껏 집을 가꾸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일주일 내내 청소는 기본이고
침구 세탁과 세면도구 준비까지
부족함 없는 준비를 한다.
집에서 가장 넓은 안방을 내어 드리고
가장 깨끗한 침구와 수건을 준비한다.
그렇게 일주일을 준비하고
세미나 참여자를 1박 2일간 알고 지낸다.
같은 신앙 안에 있고,
비슷한 가치관으로 마주하다 보니
서로 금세 친해지곤 한다.
게다가 함께 목장 모임에 참여하고,
같은 집에서 묵고
함께 아침 식사를 하게 되니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직계가족이 아닌 가족들,
예를 들면 사촌들마저도
결혼 후에 서로의 집을 찾고
집에서 묵으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래서 세미나 참여자와의 만남이 더욱 특별하다.
가족이 아닌데 더 가족 같은 만남을 하고 있으니…
만난 당일부터 가까워진다.
서로의 삶을 나누고 신앙을 이야기한다.
서로의 아픔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주고
서로를 토닥인다.
좋은 것만 내어 드리고
다음날 아침도 정성껏 차려 드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나눈다.
다음 날 예배 후면 이별이다.
세미나 참석자는 차에 시동을 걸고
우리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가야 할 현실로 마음을 돌리고
참석자를 맞이했던 이도
손을 흔들고 나서부터는 곧 관심사가 이동한다.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오래오래 연락하며 지낼 것 같고
마음이 아려올 정도로 고맙게 느껴지지만,
결국은 서로의 기억에서 잊히기 마련이다.
이름도 얼굴도 서서히 잊혀간다.
처음의 그 마음과는 달리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서로가 서로를 자연스레 잊게 된다.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짧은 만남의 인연까지도
모두 같은 무게로 기억하고
같은 농도로 마음을 나누게 된다면
인간의 생각과 관계는 또 얼마나 더 복잡해지는 걸까.
오래오래 지속되는 인연이 있는 반면
짧게 스치는 인연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만남의 순간만큼은 진심이었고,
서로에게 최고의 말동무, 마음 동무가 되어 주었다.
살다 보면
짧고 굵은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곤 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
그것이 삶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 진심으로 살아내기를 원한다.
오래간만에 짧은 만남을 뒤로하며
작은 소망이 생겨난다.
내 삶에서 마주하는
짧은 만남도, 오랜 만남도
진심을 다해 대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진심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이룰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누굴 만나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