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함께라서 괜찮았던 날들(2)

by 다니엘라


- 의외로 집순이

작은 어린이의 친구 엄마와 이야기를 해 보니

그 집은 공동 격리자가 지정되지 않았단다.

공무원 분께서 아이가 어리지만

공동 격리자 지정은 필수가 아니라고 해서

아이만 격리 통보를 받았단다.

코로나 접종도 2차까지 마쳤지만

우리 집에는 그런 자비가 베풀어지지 않았다.ㅎㅎ

보건소 직원분에 따라 다른 처방이 내려지나 보다.

공동 격리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껏 나갈 수도 없었다는 걸 알았기에

억울할 것도 없었다.

그냥 받아들이고 아이들과 칩거했다.



격리 해제를 앞둔 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나가면서

눈부신 햇살을 마주하고 난 순간 처음으로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의 6일 동안은 실내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일이

큰 어려움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밥 차리는 일은 늘 쉽지 않았습니다만..)

나에게서 새로운 면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의외로 집순이라는 사실을.



- 자유의 몸, 남편

자유이용권을 가진 유일한 가족 구성원, 남편.

남편은 자유이용권을 이용해

자유를 만끽하기보다는

가족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등교는 중지되었지만

외출은 가능한 첫째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도 다녀와 주고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아이와 책도 빌려오고

팥빙수도 테이크 아웃해주고

장도 봐주었다.



격리가 너무 답답하지만은 않았던 것은

일주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때문이기도 했지만,

남편을 통해 어느 정도 바깥일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택배가 좋은 아이들, 그리고 격리 구호 물품

격리 2일 차 소독용품과 마스크, 체온계,

그리고 격리 통지서, 생활 안내등의 물품이 도착했다.

격리 담당 공무원 분이

출근길에 집 앞에 배달을 해 주고 가셨다.

(공무원분들이 정말로 손과 발이 되어 뛰어 주신다.)

체온계 도착 후 자가격리 건강진단 앱을 설치하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온을 기록했다.



격리 3일 차 되던 날

집 앞으로 의문의 상자 두 개가 도착했다.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집 앞에 구호물품 두고 갑니다.”

라는 한 마디로 통화는 종료되었고

집 앞에는 송장도 붙어있지 않은

벌거숭이 같은 상자 두 개가 포개어져 있었다.

자가격리 구호물품(2인 분량).



자가격리 구호물품 상자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즉석조리식품들이

나란히 나란히 줄 서 있었다.

매 끼니 뭘 해먹여야 하나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오늘은 이거! 내일은 이거!

하면서 먼저 나서 주어서

우리 집 구호 물품은 정말로 구호 물품이 되어주었다.

(엄마는 슬며시 웃습니다)



그리고 아이 학교에서도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소독제와 소독 티슈, 마스크,

그리고 생활 안내까지

친절하게 집 앞으로 보내졌다.

작은 챙김이 자꾸만 위로가 되는 시간들.



학교에서 온 안내장에 적힌 대로

코로나 놀이 키트를 신청했더니

(울산광역시 교육연구정보원 지원)

이틀쯤 후에 알찬 만들기 키트가 도착했다.

의외로 감동적이었던 놀이 키트.



아이들은 하루에 하나씩 도장깨기를 하는 기분으로

3일에 걸쳐 놀이 키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박했던 마지막 아이템!

부루마블 우주여행!

아이들과 부루마블을 1일 1판 하며

우주 부자도 체험해 보았다.

이래서인지…

아이들은 자꾸만 격리기간이 즐거웠다는 표현을 한다.



-자꾸만 도착하는 관심과 사랑.

딱 일주일 격리일 뿐인데,

주변에서 아끼는 분들의 사랑이 도착한다.

현관 앞에 커피를 가져다주시고,

시장 도넛을 봉지째로 현관에 걸어 놓으시고,

미역국을 잔뜩 끓여다가 놓고 가시고,

아이들 먹이라고 냉동 치즈스틱을,

엄마 마시라고 따뜻한 커피를 두고 가시는

사랑 많은 이웃사촌들이 계셔서 격리기간이

사랑으로 보호받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아이들 먹이라고 치킨이며

배달앱 상품권까지

정말로 사랑이 넘치는 기간이었다.

사랑도 받았지만,

그들을 통해 챙기는 법을 또 한 번 배웠다.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전하는 이들의

따뜻한 손길을 배웠다.

비슷한 상황의 다른 누군가를 마주하면

더 큰 사랑으로 흘려보내리라는 마음을 먹었다.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들여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몸소 배운 것,

이번 격리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 격리 해제 전 검사, 그리고 다시 자유.

일요일 낮 3시.

보건소에서 지정해주신 시간대에

전자 문진을 미리 작성하고

코로나 검사 대열에 합류했다.

동시간 대에 같은 선교원 친구들이

같이 배정되었나 보다.

작은 어린이들의 코로나 검사는 더뎠고

눈물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진땀을 빼는 검사원 분과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를 붙잡고

검사대에 앉히는 엄마들.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럽고 고된 일이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엔

친구, 형, 누나의 눈물에

없던 두려움도 슬금슬금 생겨났다.

앞줄의 아이도 뒷걸음질을 살살 친다.



작전을 짰다.

우리는 엄마 먼저 검사, 그리고 어린이가 나중에.

엄마가 씩씩하게 할 테니 잘 보라며 아이를 세워두고

코끝 찌릿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다음은 우리 어린이.

다행이다.

울까 말까 하는 순간에 검사는 끝이 났다.

굿보이, 용감한 사람이라며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어린이에게 칭찬을 더해준다.



다음날 오전,

‘음성’ 결과를 받아 들고

낮 열두 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열두 시 반.

대공원 나들이를 계획했는데 비가 내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대안으로 영화관을 선택했다.

예상대로 상영관엔 우리 셋 뿐.

팝콘도 먹을 수 있는 코로나 패스 관에서

셋이 앉아 깔깔 거리며 최신 어린이 영화를 보았다.



이전에는 너무 당연한 일들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도,

두발로 지면을 밟는 일도,

그리고 영화관 방문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일주일간의 짧고 굵은 격리기간을 경험하며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은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었음을 깨달았다.

거실 전체에 매트가 깔린 집안에서만 돌아다니다가

외부의 아스팔트 지면을 밟는 일은

너무나 어색했고, 동시에 즐거웠다.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도

땅을 밟으며 뛰어다니는 일도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었고

감격스럽고 감사한 일들이었다.



일주일간의 자가격리를 경험하며,

아이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조금 더 여유롭게 대할 수 있었고,

덜 다그칠 수 있었다.

소중한 관심과 사랑을 마주했으며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선물 받았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격리 통지를 받아 홀로 보낼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라리다.

아이들과 함께라서

나에겐 알록달록했던 일주일이었지만,

혼자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는

고립되고 외로운 시간일 수 있다.

일주일간 현관의 문턱을 넘을 수 없게 된

그들에게 작은 응원을 ‘진하게’ 보낸다.

불편하지만,

오히려 감사의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보라고 말이다.


그리고 하루빨리 마스크도,

자가격리도 사라지는 날을 되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자가격리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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