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가 된 지 8년 째다.
어떤 일이건 겪어 보기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 마련이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 삶을 싹 틔우는
새 생명을 키우는 경우에 겪는 무수한 변수들은
너무나 작고 다양해서
직접 겪지 않고는
전수해 주거나 미리 조심시켜줄 방법이 없다.
미리 경고하고 대비책을 알려 주더라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와닿지도,
기억에 남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엄마가 되기 전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지금 여기 내 삶에선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동그란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거라는
미소 섞인 상상을 해 본다.
엄마가 되기 이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누가 자꾸 내 다리에 방귀를 뀐다.
두 아들 모두 신생아 때는 품에 안겨서,
그리고 조금 더 자라서는
엄마 다리 위에 앉아서 방귀를 북북 뀌어댄다.
초보 엄마 때는
남들에게 오해를 살까 봐 전전긍긍했다.
힘들게 낳아줬더니
엄마의 팔다리에 도둑 방귀를 뀌고는
엄마를 방귀쟁이로 만들다니…
괘씸하게 여기기 시작할 때쯤,
아이를 안고 있는데 급 방귀 신호가 온다.
아이를 안은 채로
맘 편히 급 방귀를 뀌고 아이 엉덩이를 두드린다.
“에구 우리 아기 배 아프구나…!!ㅎㅎ”
속이 다 후련하다. ㅎㅎ
남이 먹던 걸 주워 먹는다고?
원래부터 엄청 깔끔을 떠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이 먹던 음식을 집어 먹을 정도로
위생 개념이 약하지도, 털털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이유식을 먹이는데,
아이 입에 이유식을 넣어주면
자꾸만 한쪽 입가에서
이유식이 줄줄 흐른다.
닦아줘야겠는데 당장 손에 수건이 없다.
아기 입가를 얼른 손으로 닦아주고,
손에 묻은 건 내 입으로 스윽...
그리고 조금 더 자란 아이가 불고기를 먹다 말고
버섯을 건져내 엄마에게 전달한다.
미끈한 버섯을 자연스레 내 입으로 털어 넣는다.
아이가 먹던 사과를 나누어 준다.
“엄마 같이 먹어요!” 하며…
이걸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우리 꼬마들 덕분에
엄마의 비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오늘도 딸기는 덜 먹고 만다.
딸기.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유전자의 장난인지 두 아이 모두 딸기 킬러다.
그 어떤 과일보다 딸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딸기라는 과일은
늦봄이 되어서야 가격이 쭈욱 내려간다.
시즌 내내 저렴하지 않은 딸기를
형편이 될 때마다 사다 나른다.
넉넉하게 사다 나르는 법 없이
네 식구가 딱 먹을 정도만 사다 놓는데,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먹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돌아온 딸기 입맛도 억지로 떨어뜨린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엄마는
꾹- 참고 딸기 한 두 알 맛만 보는 것으로
그날의 입가심을 끝낸다.
그까짓 딸기, 봄에 먹으면 되지 뭐!
라면을 참고 또 참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객관식 선택지를 듣기도 전에 대답할 작정이다.
라면을 좋아한다.
라면을 참 많이 좋아한다.
꼬들 거릴 정도로 살짝 삶은 라면과
그 라면을 먹는 시간을 사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자라면서부터는
라면을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가 없다.
주방에서 라면을 끓였다가는
십리 밖에서부터 냄새를 맡고 아이들이 달려온다.
저도 주세요 저도 주세요.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줄 권리가 있는 엄마는
라면을 끓여먹는 횟수를 말도 안 되게 줄인다.
'내가 안 먹어야 너희도 안 먹지.'
하는 생각으로 참고 또 참는다.
그리고,
덕분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다.
아이들에게 값 없이,
분에 넘치는 사랑을 공급받는다.
이유도 없고, 조건도 없다.
아이들은 그저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자기 시간을 애써 확보하려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그저 엄마가 좋다.
아이들의 말도 안 되는 멈춤 없는 사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난 뒤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내가 포기해 온 것들을,
그리고
내가 그저 내준 것들을
손가락으로 아무리 꼽아 보아도
아이들에게 받은 그 사랑과 비교할 수가 없다.
양보해 주어야지.
나누어 주어야지.
받아 주어야지.
이해해 주어야지.
그리고
사랑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