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꼭 되돌려 받아야 하는 걸까?

by 다니엘라


며칠 전의 일이다.

남편의 알라딘 중고도서 거래를 위해

알라딘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책을 집 앞에 두면 가져가시기도 했는데

이번 택배 기사님은 책을 경비실에 맡겨두길 원하셨다.



출근길 적당히 무거운 택배 상자를 들고

경비실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다.

분명 안에 계시는 걸 봤는데,

휴게 시간도 아닌걸 미리 확인했고…

한번 더 ‘똑똑’

또다시 대답이 없으시길래

스르륵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픽업 택배 맡기러 왔습니다.

CJ택배 기사님이 찾으러 오실 거예요.”

(미소 잔뜩)


“반품이에요?”


“아… 반품은 아닌데 택배 아저씨가 찾으러 오실 거니까 반품이기도 하죠.ㅎㅎ”


“그래서 우리가 뭘 도우면 됩니까?”

(퉁명 퉁명)


“반품 택배에 둘게요. 택배 기사님이 찾아가실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저기 선반 젤 위칸에 두세요. 거기가 반품 칸!”


“네에.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


“……”



픽업 택배를 맡기고 가는 입장이라

미리 감사한 마음을 담아 미소를 한껏 장착하고 갔는데

그 미소를 되돌려 받지 못했다.

경비아저씨께서 얼마나 고된 일을 하고 계신지

알고부터는 더욱 친절하게 대해드리려고 노력하는데,

내가 드린 친절을 되돌려 주실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택배를 맡기고 돌아오는 길,

기분이 나빠질까 말까 고민을 한다.

택배 맡기는 일을 나에게 시킨 남편을 원망할까,

집 앞까지 픽업을 오지 않으시는

택배 기사님을 원망할까,

불친절한 경비 아저씨를 원망할까,

아니면 괜히 친절했던 나를 원망할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상대가 요구하지도 않은 친절을 베풀었다가

같은 친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음이 상하기엔

귀한 아침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우선 마음을 툭툭 털었다.

좋아하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놓고 시동을 걸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며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내가 원해서 베푼 친절이었는데,

상대에게 예고도 없이

똑같은 친절을 돌려받기를 기대한 탓에

하마터면 기분이 나빠질 뻔했다.



괜찮은 기분을 유지하며 출근길에 나섰다.

그리고 ‘친절’에 대해 곰곰 생각을 하며 운전을 했다.

누군가 먼저 친절을 베풀면

상대도 비슷한 친절을 되돌려 주는 것이

사회적 통념상 조금 더 적절한 반응이지만

생각해보면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상대가 친절하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나 중심의 사고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우리도 모두 친절하며

웃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크게 기분 나쁠 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마음으로 살며시 다짐한다.

내가 베푼 친절을

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젠 떨쳐 버리기로.



이른 아침부터 얼굴에 미소를 장착할 수 없는

나름의 사연이 있을 경비 아저씨를 축복하며

글을 마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