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 커피를 참 좋아한다.
매일 아침 정확히 한잔씩 사수해 내는
나만의 커피다.
그런 믹스커피는
홀로 마실 때 최고의 맛을 만들어낸다.
작은 주전자에 물을 보글보글 끓이면서부터
설렘은 시작된다.
‘바글 바글 바글’
주전자 속에서 끓는 물소리를 들으며
종이컵과 믹스커피 한 포를 준비한다.
믹스커피의 반들거리는 포장 머릿면을
실수 없이 단 한 번에 뜯어낸다.
‘폭!’ 소리와 함께 작고 하얀 가루가 날리며
믹스커피가 속내를 드러낸다.
제 몸 하나 가누기 어려워 보이는
가녀린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촤르르’ 부어 무게를 실어준다.
여기서부터 믹스커피의 진짜 마법이 시작된다.
가장 떨리는 순간!
팔팔팔 끓는 물을 급하지 않게 조심스레
종이컵으로 옮겨 담는다.
작은 종이컵의 2/3 지점이 채 되지 않는 구간에서
주전자를 멈춰 세운다.
믹스 커피는 언제나 온도와 농도가 중요하다.
종이컵에서는 ‘빠그르르’ 기포가 올라오며
찻숟가락으로 한 번 휘이~ 저어주기를 기다린다.
찻숫가락으로 세 번쯤 정성스레
휘이휘이 커피를 저어준다.
갈색 커피 위에 얇고 뽀얀 기포막이 생기며
커피와의 설레는 첫 만남을 선사한다.
커피 잔을 조심스레 업무 책상으로 옮겨와
‘호호’ 불어가며 쪼로록 커피를 마신다.
한 번에 다 마시는 법은 없다.
조금씩 서서히, 그리고 혼자 마신다.
업무의 시작이 더욱 순조롭게 느껴지고
(느낌 탓이겠지만) 집중도가 높아진다.
때론 바쁜 일이 들이닥쳐 첫 모금 이후로는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아쉬움이라는 시럽을 추가해
목구멍으로 흘려보내기도 한다.
혼자 마시는 믹스 커피는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몇 분 되지 않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오로지 나의 것이기에
매일 한잔, 나 홀로 믹스커피를 사수하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때론 일터에서 오전 티타임을 갖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출근길에 동료들을 생각하며
빵을 사서 출근을 하고,
빵을 핑계로 회의실에 모여 티타임을 갖는다.
보드라운 빵과 함께 마실 음료로
대부분은 커피를 선택한다.
캡슐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거나.
혹은 따스한 허브티를 준비하거나.
그러나 나는 한 잔의 나 홀로 커피를 위해
티타임에 물을 마신다.
맹물을 허브차처럼, 커피처럼 맛있게 마신다.
티타임에 맹물을 마시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이따가 마시게 될 나 홀로 믹스 커피를 위하여.
티타임을 가볍게 끝내고 믹스 커피 한잔을 타서
자리로 돌아온다.
함께 마시는 것도 괜찮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마실 때 더 즐거운 것이 믹스커피다.
한 번은 출근길에 에이스 비스킷을 챙겨서 나섰다.
믹스 커피에 탁 찍어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최고의 맛이다.
그날 아침 출근길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출근을 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이제 커피만 타서 일을 시작하면 되는데…)
갑자기 업무 방문객이 들어선다.
나 홀로 지키던 사무실에 홀로 감성이 촤르르 무너진다.
커피는 아직 타지도 못했는데,
계속해서 문을 여닫고 왔다 갔다 하신다.
그는 그의 일을 했고,
나는 나의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있는 동안은 나만의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았다.
오전 내내 업무 방문객과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결국 그날의 커피는 살려내지 못했다.
집착에 가까우리만치
나 홀로 커피를 소중히 여긴다.
업무의 틈사구니에서 타인들과 교류하고,
집으로 들어서면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 동안에는
내 시간을 빠짐없이 공유하다 보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사무실에서의 오전 시간이 소중해졌다.
그 소중한 시간에
내가 가장 아끼는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홀로 믹스 커피 마시기.
오늘 새벽에도
달콤하고 구수한 믹스 커피의 유혹을 받는다.
그럼에도 작두콩차로 그 유혹을 막아낸다.
새벽 커피의 유혹을 참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출근 첫 커피 한 잔을 위해서다.
나 홀로 믹스커피를 마시는 일은
여유이고, 즐거움이며, 차분함을 가져다주는
나만의 리추얼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어떠한 소중한 리추얼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