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쓴다.
본 것을 쓰고,
느낀 것을 쓰고,
들은 것을 쓰고,
읽은 것을 쓰고,
또 가끔은 쓰고 싶은 것을 쓴다.
내가 쓰는 글이,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이
나를 닮아 있을 거라는 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 오후
글을 쓰려고 자리를 잡고 앉으니
문득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얼까 고민이 된다.
아주 약간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데,
오래 버티고 앉아 글놀이를 해낼 자신이 없다.
호흡이 긴 무언가를 하는 일이 늘 힘들었다.
오래오래 길게 하는 수능 공부가 싫어서
그리고 그게 자신이 없어서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살짝 발을 담갔다가 그만둔 공무원 공부도 그랬다.
길고 긴 공부가 지루했고
지레 겁이 나서 금방 손을 놓았다.
짧고 굵은 건 하겠지만
길고 긴 것은 늘 자신이 없었다.
글쓰기도 주인을 닮아 버렸다.
소설을 닮은 글을 쓰려다가도
길고 길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리부터 겁을 먹고
시작하지 않는다.
(물론 단편 소설이라는 것도 있지만…)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남편의 얼굴을 궁서체로 바라보며 이야기해보지만
결국은 또 짤막한, 그리고
분수에 맞는 글로 독자를 찾아뵙는다.
반면 슬프고 우울한 날마저도
슬프고 우울한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우울함, 슬픔, 어두움.
가장 가까운 가족인 남편에게는
종종 드러내는 모습이지만
남들에게는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다.
밝은 것이 좋고,
밝을 때의 내 모습이 더 좋기에
나의 모습을 타인과 공유할 때면
밝은 모습을 앞세우고,
긍정을 앞세운다.
글 역시 밝고 긍정적인 것을 쓰는 것이 언제나 더 좋다.
긍정의 이야기를 쓸 때면
키보드 위의 손놀림이 더 빨라진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떠오르곤 한다.
새벽을 사랑한다.
그리고 글은 새벽같이 쓰는 게 좋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조용히 앉아 백지를 마주하면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물론 잘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만……^^;;)
늘 우리 꼬마들 틈에 있다 보니
가끔 얻는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나 귀하고 좋다.
그러니 당연히 글쓰기도
나 홀로 고요한 시간이 제격이다.
새벽에 글을 쓰지 못한 날은
하루 종일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뭐 그럴 것까지 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새벽을 차지한 날과 그러지 못한 날은
하루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간다.
새벽을 사랑하는 내 마음 덕분에
글쓰기도 새벽의 것이 싱싱하고 좋다!
글쓰기마저도 날 닮아서 좋다!
라고 하기보다는 -
날 닮아서 좋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은 조금 다듬어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오늘 글은 한 번쯤 써볼 만한 글이었다.
고민 많은 나를 똑같이 닮은
오늘의 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마무리한다.
아- 그리고 마무리하기 전,
당신이 사랑하며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이 당신을 얼마나 닮아 있는지
한번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분명 그 시간마저도 사랑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