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쵸코톡

by 다니엘라



낮 한시 반,

남들의 오후 근무가 시작되는 시간이

나에겐 퇴근 시간이다.



오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침에 내린 따뜻했던 아메리카노 커피가

차갑게 식어버릴 때까지

세 모금도 못 마신 걸 보면

오늘은 정말 바빴던 게 틀림없다.

결국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밍밍하게 식은 커피가 기억난다.

미묘한 온도로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벌컥 벌컥 마셔볼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차라리 완전히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결정한다.

사무실 한켠의 미니 제빙기로 다가가

서걱거리는 분쇄 얼음을

퐁당거리며 커피잔에 빠뜨린다.

다시 태어난 커피, 완성이다!



자 그럼 이제 카키색 반코트를 걸치고

우아한 걸음으로 퇴근길에 오르면 된다.

마스크를 고쳐 쓰기 전

체리색의 달콤한 립밤을 바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전 내내 물밑으로 발버둥 치던 모습은 고이 접어두고

한 마리의 백조가 된 기분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귀가와 동시에

아이를 하원 차량에서 받아야 하기에

그리 홀가분한 퇴근길은 아니다.

그럼에도 남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에

퇴근하는 기분이란,

내가 아는 한

인간의 언어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기쁨이다.



차에 올라타며 밀린 쵸코톡을 확인한다.

오늘은 무려 158개의 메시지가

읽히지 않은 채 주인님의 터치를 기다리고 있다.

광고성 메시지는 빠릿하게 날려버리고

궁금했던 친구들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한다.



대학 동기 중 드디어 마지막 한 명이 결혼을 한단다.

어쩐지 오전 내내 쵸코톡이 요란하게 울리더라.

일단 찐하게 축하 메시지를 날려주고

자세한 이야기는 오후에 나누기로 한다.

결혼을 하겠다는 애 보다

유부녀들이 더 신이 나서 들썩거리고 있다.



자, 그리고 매일같이 출근과 동시에 쵸코톡으로

수시 대화를 나누는 내 친구 다롱이의 메시지 확인!

오늘도 또 구구절절 할말이 많아 보이는 다롱이.

다롱이랑은 서로 안 지 4년쯤 되어 간다.

교회에서 만난 사이인데,

자녀들도 비슷한 또래인 데다

나와 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쵸코톡으로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티키타카의 끝장을 보고서야 대화를 멈춘다.

근무 중에도 (실례지만) 배꼽을 잡고 넘어가기도 한다.

다롱이와의 쵸코톡은 요즘 내 삶의 큰 활력이다.



오늘도 다롱이네 첫째 어린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몇 가지 풀어두며

나를 기다린 흔적이 보인다.

시동을 걸고

‘퇴근’이라고 짤막하게 두 글자를 띄운다.

그랬더니 또 봇물 터지듯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5 ~ 6분쯤 지났을까? 차가 막힌다.

이 도로는 희한하다.

아침에도 막히고,

점심시간에도 막히고

내가 이 도로를 올라탈 때마다 막히는 걸 보면

나랑 잘 안 맞는 도로이거나

어지간히 바쁜 도로임에 틀림없다.



이왕 막히기 시작한 거

아예 파킹을 걸어놓고 쵸코톡을 한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며

혼자 앉아 쿡쿡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쵸코톡을 한다.

“근데, 운전 중 아니었어?”

다롱이가 묻는다.

“맞는데 또 막혀. 한참을 꼼짝 않네.. 사고라도 났나 봐.”

“아….”



그러곤 또 한참을 낄낄 대는데,

‘톡톡톡’

누군가 투박하게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경찰이다!!! 경찰이 나를 왜??


“운전자분 왜 안 가세요?

바로 앞 차 사고처리 중인데…”


“아…. 아..? 그래요?”


“네 얼른 차 빼주세요!”


“아, 네에..”


ㅎㅎㅎ

정신줄 딱 놓게 만드는 쵸코톡의 위력!

경찰 아저씨의 행차에

나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집중 퇴근 모드에 돌입했고

이후로 다시는

퇴근길에 쵸코톡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


소중한 친구, Choi와 제가 겪은 이야기에

허구를 아주 조금 섞어서

따끈한 글밥으로 지어봤습니다.

감칠맛 나게 읽으셨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