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는 올해 드디어 열 살이 되었다.
아이는 혹시 나이를 덜 먹게 될까 봐
설날 아침에도 떡국을 야무지게 두 그릇이나 해치웠다.
모자라느니 넘치는 걸 좋아하는 아이다.
그래서 요즘 살도 통통 올라붙었고.
우리 큰 어린이는 핸드폰이 갖고 싶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는 안돼.”
혹은
“핸드폰이 꼭 필요한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사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하는 엄마 아빠 때문인지
아이도 아직은 핸드폰을 사달라고
극렬히 조르지는 않는다.
다만 아이는 ‘내가 만약…’으로 시작되는
상상은 마음껏 펼치곤 한다.
“엄마, 제가 만약 핸드폰을 사면,
정연이 형아처럼(사촌 형) 갤럭시폰을 살래요.”
“엄마, 만약 핸드폰을 사면 저는 배경화면 뭐 할지 생각해 뒀어요.”
“엄마, 만약 핸드폰을 사면 저는 게임을 다 깔아 놓을 거예요.”
그리고 어느 날은,
“엄마, 제가 만약 핸드폰을 사면 우리 가족 핸드폰 번호를 저장할 때 어떤 이름으로 할지 마음속에 다 정해뒀어요.”
“어떻게 정했어?”
“엄마는
[작가지만 책을 만들지 않는 작가]
예요. 근데 좀 너무 긴가요??”
“아니야 괜찮지 뭐.”
“그리고 나는
[슈퍼 반란 일으키기 대장]
으로 내 번호를 저장할 거예요.”
“그리고 아빠는 야단칠 때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하니까
[헐크],
요한이(동생)는 너무 작으니까
[초 미니맨]
이라고 할 거예요.”
가족들마다 각각의 특징을 잘 포착해서
휴대폰에 저장하겠단다.
틀린 게 하나도 없기에 반은 웃고
반은 뜨끔하며 넘어간다.
엄마는 작가라고 하면서
책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책을 만들지 않는 작가.
맞는 말이다.
별명을 바꾸려면 애써서 책을 내는 수밖에 없다.
아빠는 야단칠 때면 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를 내니
헐크라고 할 법도 하다.
(남편 집안 대대로 남자들 목소리가 크다.
우리 아이들도 만만치 않다.)
아빠도 예쁜 별명 얻으려면
화가 났을 때 데시벨을 낮추는 쪽을 택하는 편이
이로울 것 같다.
본인 별명은 마음에 쏙 드는 걸로 했을 테고,
동생은 작고 작은 초미니맨이라고 하는 걸 보니
귀여워하는 게 틀림없고,
엄마 아빠나 잘하면 되겠다.
아이의 ‘내가 만약’ 덕분에
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오늘 다시 물어보면
엄마는 [작가] 대신 [잔소리 대장]이라고 하겠지.
아무래도 예쁜 별명을 얻기 전까지는
핸드폰을 사주지 않는 편이 좋겠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