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쩌다 보니 학교에 못 갔어요.

by 다니엘라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깜빡 잠이 들었다.

첫째 아이가 학교로부터 학원까지 혼자서 걸어가는

연습을 시작했는데 아직은 엄마의 동행이 필요해서

딱 오늘까지만 함께 하기로 하고 하루 연차를 냈다.

생각보다 먼 거리라

아직은 아이보다 내가 더 안심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벌써 휴대폰을 쥐어주기는 싫고,

그저 함께 걸으며 혼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자꾸 심어준다.



30분쯤 잤을까,

소음이 들리는 것 같아 잠에서 깨어났다.

거실 정리도 할 겸 방에서 나왔는데

어머나 웬걸~!

현관문이 열려있다.

앞집에 오랜 이웃이 이사를 나가고

새로운 이웃이 입주하며 집 전체를 리모델링한단다.

그래서 요 며칠 소음도 있고 먼지도 많아

문단속을 잘하고 지냈는데,

어쩌자고 문도 안 닫고 들어와서 잠들었던 걸까…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급하게 문을 걸어 잠갔다.



오늘은 아이의 하교 전에 집에 손님을 초대했다.

교회의 언니들인데 모처럼 오전에 시간이 나니

집에 한 번 초대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어수선했던 집을 ‘한방에 구겨 넣기’ 권법으로 정리하고

거실만은 반짝거리게 해 두었다.

그런데 어째 이렇게 자꾸 잠이 쏟아지는지,

다시 잠시 침대에 몸을 맡긴다.



띵동 하는 현관 벨소리에 눈을 뜨고 손님을 맞는다.

오래간만에 초대했지만 음식까지는 준비하지 못하고

중국 음식으로 주문을 해 두었다.

30분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하는 순간 첫째 아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더니

집으로 들어온다.

오전 11시 30분.

아직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이삭아, 지금 수업시간 아니야? 왜 집에 왔어?”


어리둥절함을 넘어서서

당황하는 내 표정을 읽은 아이는

“아니 그게 아니라 앞에 갈빗집에 뽑기 하는 게

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구경하다가

학교를 못 갔어요. 거기에 큰 개도 있어서

좀 놀기도 했어요.”


“뭐, 뭐, 뭐라고…?”


“구경이 너무 재미있어 가지고

학교에 가는걸 깜빡했는데,

다시 학교에 갈려니까 혼날 것 같기도 해서

집으로 다시 왔어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집 앞에 새로 생긴 갈빗집에

뽑기 기계를 여러 대 놔둔 걸 알고는 있었다.

아이가 늘 궁금했던 것도 알고는 있다.

기회가 되면 가보자 약속을 했는데,

아이는 오늘 혼자서 기회를 만들어 가버렸다.

개학한 지 이틀 만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아이의 대범함과 생각 짧음에 대실망을 했다.

게다가 책가방을 짊어지고 서성이는

작은 아이를 봤다면

주인은 아이를 학교든 집이든

일찌감치 보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이가 홀로 길가에서 세 시간 가까이

서성거렸을 것을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아 폭발할 지경이었다.



자동반사로 아이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 다그쳤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다시 한번 더 그러면 절대 안 된다는

못을 탕탕 박고서야 이야기를 끝냈다.

자유분방한 아들을 키우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는

생각을 하며 방치되어 있던 손님들을 챙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황당하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아

우울한 마음까지 찾아들었다.

손님들 곁에서 멀찍이 떨어져

과일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아이가

안쓰러웠다가 원망스러웠다가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그러는 중에

건조한 피부 때문에 등이 너무 가려워 눈을 떴다.

눈을 떴는데 주변이 온통 까맣다.

그럼 그렇지, 꿈이다.

어휴- 정말 다행이다.

그럼에도 꿈에서 형성된 감정을 녹여 내리는 데

시간이 한참이나 걸린다.

가벼운 우울감과 속상함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아이와 관련한 속상한 꿈은 늘 끝 감정이 안 좋다.

이제는 글로도 옮겼으니

부정의 감정은 탁탁 털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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