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꽃을 든 아이의 작은 손

by 다니엘라


아파트 광장에서 신나게 놀다가

약속했던 귀가 시간에서 3분쯤 지나 뛰어 들어오는

아이의 소리가 들린다.

푸닥닥닥 다급하게 신발을 벗어던지고 뛰어들어와

흙먼지에 뿌얘진 손을 내민다.

흐릿한 아이의 손과는 대조적인

선명한 진분홍 동백꽃.



“엄마, 이거!”

“엄마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엄마 제가 왜 조금 늦었는지 아세요?

아주 예쁜 꽃을 발견했는데,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점프해가지고 꽃을 따 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또 다른 꽃도 시도했는데

딸 수가 없어서 찾아보다가

이 꽃이 예뻐서 가져오느라고 조금 늦었어요.

엄마 나 잘했지요?”



잘했고 말고,

꽃을 가져왔는데 누가 얼굴에 침을 뱉을까.



봄이 오면 우리 첫째 아이는 바쁘다.

아파트 광장에서 놀다가 들어오는 길에,

태권도 학원을 다녀오는 길에

아이의 손에 작은 꽃이 들려있다.

하루는 동백꽃,

하루는 벚꽃,

그리고 또 다른 하루는 진달래.


집에서 물에라도 담가서

며칠을 두고 볼 수 있게

가지 채 꺾어온 것도 아니고

정확히 꽃송이만 건져내서 가지고 오는 아이다.

가지를 꺾어 나무를 아프게 한 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귀갓길마다 엄마에게 사랑 고백을 해 주는 아들이

참 고맙고 예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꽃을 너무 쉽게 톡톡 따오는 습관이 생겨

나무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닌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함께 즐길 수 있는

귀한 꽃들을 가져오는 바람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뒤

조심스레 말을 이어 본다.

참 예쁘고 고맙지만 꽃을 꺾는 건 이제 그만하자고.

정 가져오고 싶으면

길가에 떨어진 꽃을 가져오면 좋겠다고-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아이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엄마에게 예쁜 꽃을 드리고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그랬던 거라며

가벼운 해명을 덧붙인다.

해명마저도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아이는 엄마에게 가장 좋은 것을 드리고 싶어서

부지런히 꽃을 따다 날랐다.

엄마의 봄꽃 같은 미소가 자꾸 보고 싶어서

아이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예쁜 꽃을 고르고 골라

엄마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부모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너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사랑과 야단과 선물을 건네며

‘너를 위한’이라는 수식어를 매달아

아이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마치 부모만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그 사랑을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최선의 것을 주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이 드러날수록

아이는 ‘기대에 부응’이라는 부담을 짊어지고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부모는 가만히 있는 내 아이도 사랑스럽지만,

부모가 원하는 무언가를 해낼 때의 내 아이는

더 사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만큼은 한결같다.

야단칠 때의 부모가 무서운 것만큼은 변함이 없지만,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부모가 좋다.

늘 부모의 곁에 있고 싶다.

늘 나에게 최고는 부모라고 말한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론 사춘기 이전의 아이 말입니다.ㅎ)



아이는 지구 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모에게

기쁨이 되고 싶다.

바라는 것 없이

그저 기쁨을 선사하고 싶은 딱 그 마음뿐이다.

그렇게 꽃을 꺾어 오고 엄마의 미소를 선물 받으면

아이는 그것 만으로도 충만한 기쁨을 얻는다.



모성이나 부성이 깊고 끈질기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사랑만큼이나

순수하고 흔들림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



우리는 늘 자녀에게

나의 ‘희생’을 통해 무언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학습된 무의식이

부모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진짜 기버(giver)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가 아닐까?

사랑하는 만큼

걸러내지 않고 그 사랑을 표현하고,

순수하게 마음을 퍼주는 자녀가

오히려 부모에게 살아가는 힘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늘 아이에게 퍼주느라 바빴다던

부모의 목소리를 거두어들여보자.

그리고 잠시만이라도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과

얼마나 많은 삶의 에너지를 받아왔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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