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이 때론 아이의 몸집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부모의 마음보다도 훨씬 더 크고 따뜻한 것이
아이의 작은 몸집 속에
보드랍게 숨겨져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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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안의 묵은 이불들을 정리했다.
주말에 친정 엄마의 손길이 스친 덕에
온 집안이 깨끗해지고
오래된 이불은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어마마마의 강력한 권고를 받은 터였다.
월요일이 시작되자마자
버려야 할 이불을 75리터의 쓰레기봉투에 담고,
거실 정리를 간단히 한 후 집을 나섰다.
목표는 단 하나.
깨끗하고 먼지가 덜 날리는 이불을
두 채쯤 사 오는 것.
이불을 구매하러 갔는데 마침 세일 기간이다.
브랜드 이불을 사보니 비싼 것에 비해
오래 쓰지를 못한다.
만족도가 썩 높지 않았던 기억을 끌어올려
이번에는 친정에서 느낀 최고의 촉감 이불을
찾아 나섰다.
모던하우스 이불.
세일 기간의 모던하우스는
내 마음 곳곳에 여유를 톡톡 흩뿌려 주었다.
사실은 결혼한 지 9년 차인 내가
단 한 번도 혼자서 이불 쇼핑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을 담아서
매장으로 들어섰다.
'잘할 수 있을까?'
'나도 엄마처럼 여러 개 살 수 있을까?'
등등 '고민 모음집'이라는 책에서 가져왔을 법한
다양한 고민들을 마음에 꽁꽁 숨기 고선
매장 직원 분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물론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곳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오직 목표 지점을 향해 직진!
이불 코너엔 눈을 데굴데굴 굴려도
한 번에 다 보지 못할 만큼의
다양한 이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미리 점찍어두었던 고슬거리는 이불 한 채와
여름용 가볍고 보드라운 이불 한 채,
거기에 아이들 베개 하나씩,
그리고 우리 부부의 베개까지
야무지게 카트에 꾹꾹 담았다.
카트에 가득 담긴 이불만큼이나
내 마음도 설렘 가득하게 부풀어 올랐다.
나 홀로 이불 쇼핑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내가 너무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는
생각에 자꾸만 어깨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하원한 작은 아이 앞에서
이불을 하나하나 꺼내 보았다.
아이의 새 베개도 건네며
방글거리며 웃는 아이의 미소를 선물 받는다.
여섯 살 난 우리 아이는
이불을 정리하는 엄마 곁을 빙빙 돌더니 입을 연다.
"엄마 오늘 돈 많이 썼겠다."
그러더니 작은 방에서 보관 중인
자신의 작은 토끼 저금통을 가져온다.
"엄마 나는 종이(지폐)는 필요 없으니까 엄마 줄게요.
나는 뽑기 해야 하니까 동전만 있으면 돼요."
잠시 후 엄마의 지갑을 찾아서는
예쁘게 펼친 지폐들을
지갑 속으로 잘 정돈해서 안착시킨다.
반할 수밖에 없는 아이의 따스한 마음과
따스한 사랑이다.
아이가 너무 예뻐
정말로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아이를 안아주었다.
아이는 절반쯤 썩어 떨어져 나간 앞니가
도드라지게 웃으며 좋은 기분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른스럽고 뿌듯했던 쇼핑의 후에도
이렇게 멋진 부대행사가 있을 줄이야
엄마는 꿈에도 몰랐다.
아이의 작지만
커다란 사랑과 따뜻한 마음 덕분에
엄마 됨이 더욱 감사한 날이었다.
이 사랑 오래오래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