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고 나면 쓰고 싶어 지는 말들
난생처음 내 책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이경 / 티라미수
책을 읽을 때 종종 ‘한 놈만 판다’라는 말과 어울릴 법한 편애 독서를 하곤 한다. 한동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심취되어 오래오래 편애 독서를 하기도 하고 또 한동안은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에 취해 편애 독서를 하던 때가 있었다. 작품과 작가에 취해서 ‘한놈’만 파다 보면 문학과 현실 사이를 잘 구분하지 못해 이상과 현실 괴리현상 비슷한 것까지 나타나곤 한다. 꼭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
최근엔 이경 작가님의 작품에 마음이 많이 가 있다.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는 다른 책도 있고, 읽다만 소설책도 있어서 이번 작품을 접하면서 책 세 권이 버무려지는 독서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경 작가님의 책을 먼저 완독 해냈다.
의무감에 읽는 책은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진도에 욕심을 내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읽는다. 그리고 읽다만 다른 책은 우선순위에서 약간 밀릴 뿐 급할 것이 없으니 좋아하는 책을 먼저 읽고 본다.
그렇게 다른 경쟁자들을 뚫고 읽힌 책이
이경 작가님의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이다.
얼마 전 읽었던 ‘작가의 목소리’ 보다는 차분한 문체로 글이 시작된다. 문체부터 매력에 퐁당 빠졌던 ‘작가의 목소리와’ 조금 다른 느낌으로 글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이번 작품은 마음이 덜 가게 되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을 해보며 읽기 시작한다.
역시나 걱정은 걱정일 뿐, 문체는 조금 달랐지만 작가님은 어디로 가질 않았다. 한 장 두장 읽다 보니 이경 작가님 다운 글이 솔솔솔 전개된다.
역시 믿고 보는 이경 작가님.
(내 글에도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이 작품은 저자가 직접 쓴 원고를 투고하고 편집자를 만나기까지, 그리고 그 책이 세상 빛을 볼 때까지의 이야기가 큰 줄기로 담겨있다. 저자가 일명 ‘구원의 천사’라 부르는 저자의 첫 편집자를 만난 이야기, 그리고 쓰고 지우는 어려움들, 투고의 고통과 설렘에 대해서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내 준다.
그래서인지 작품도 작가도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지금에 와서야 책을 네 권이나 낸 작가가 되었지만, 그 역시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책 속에는 그의 실패에 대한 경험담과 실패하였을 때의 감정까지도 소상히 실려 있어 아직은 나만의 편집자를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나 같은 작가 지망생에게도 작은 희망의 빛을 비추어준다. 그래서인지 읽을면 읽을수록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는 더욱 견고해진다.
그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더 많이 쓰고 싶어 진다.
그래서 자꾸만 읽고 또 읽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설렜다. 이경 작가의 길을 따라가며 마치 내가 그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괜히’ 설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럴듯한 원고 한 뭉치도 준비되지 않은 내가 그저 쓰고 싶은 마음이 몽글거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글에 완전히 몰입되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이 글에서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빠지지 말았으면 함정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본인이 투고했던 소중한 팁들을 공유한다. 정말로 다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마음이 정확하게 투영된 글 모음이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는 내내 친한 교회 오빠가 차근차근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정작 교회엔 친한 교회 오빠가 없다… 우리 남편이 가장 친한 교회 오빠쯤 되려나.)
책 한 권을 읽고 또 내 이야기만 잔뜩 해대면 작가님께 너무 미안해 지니까. 목차라도 소개를 하고 글을 마무리 지어보려 한다.
깔끔하게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1장) 이렇게, 첫 책을 만났습니다.
2장) 비록 바보처럼 보인 대도
3장)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4장) 조금은 능청스럽게
글을 쓰고 싶은 이들이라면, 그리고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고 잠시나마 설레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의 꿈을 더욱 선명하게 키워가는 시간들을 보내기를 소망한다. 글을 쓰는 우리가 모두 다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하는 이야기다.
덧,
이경 작가님께.
“작가님, 저는 글만 보는 독자입니다.”
구원의 천사 편집자님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