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안될 때는 글쓰기에 관한 글을 써라”
- 글 쓰는 다니엘라 -
스스로를 토닥이며 종종 하는 말이다.
매번 키보드와 하얀색 아이패드의 화면을 마주하면 뭐라도 쓰고 싶은데 쓰고 싶으면 쓰고 싶을수록 안 써지는 날들이 이어진다. 콘텐츠가 없어서 이기도 하고, 뮤즈가 달아나서 이기도 하고, 잘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고… 따져보면 이유는 다양하다.
결국 잘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잘 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
그냥 지금은 잘 쓰지 못하는 상태일 뿐인 것이다.
이렇게 안 써지는데도 두 손을 키보드 앞에 착 올려놓는다는 건, 글쓰기에 관한 글이라도 쓰겠다는 의지가 있어서다. 글쓰기가 안돼서 이러쿵저러쿵 속상하고, 내 글은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며 나 홀로 하소연도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겪어낸다.
결국은 다시 쓸 힘을 얻기 위해, 무너진 나의 글쓰기를 세우기 위해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글쓰기가 잘 안 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글쓰기의 가지 뻗기가 이어지고 이런 말 저런 말을 늘어놓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로 말달리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비록 아무 말 대잔치의 뭉개 뭉개 똥글일지라도 다시 쓸 수 있는 힘을 얻어 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스몰스텝 글쓰기를 시작하며 매일 글쓰기의 습관이 잡혔고, 시간이 흐르며 매일 쓰는 것에 대한 강박 비슷한 것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즐거운 습관이 강박으로 변해 버린 것은 말라버린 글감 때문일 터.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잘 써지지 않는 날로 인정하고 오히려 그 시간을 읽기나 탐색의 시간으로 바꾸어 나가면 되는데 지독히도 키보드 앞에 앉아 있으려고 애를 써왔다.
대체 언제부터 매일 글쓰기를 하셨다고….
마치 글쓰기 장인이라도 된 듯 묵직한 중력을 느끼며 지겹게도 앉아 버텨댔던 날들이다. 버티고 버텨 앉아 있다 보면 결국은 뭐라도 쓰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애 둘을 키우며 출근까지 해야 하는 엄마에게는 그것 마저도 녹록지 않다.
매일 글 쓰는 일이 당연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짧은 글 한편 쓰는 것이 두려웠던 나다. 일상에서는 글을 쓸 기회를 굳이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피해 갈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해 가고 싶었던 일이 글쓰기였다. 그런데 1-2년을 꾸준히 써왔다는 이유로 매일 글쓰기 앞에서 어느새 기고만장해진 나를 본다.
내가 왜 글쓰기를 시작했었는지, 첫 시작이 어땠는지를 떠올려 본다. 첫 글쓰기의 신선함과 온순했던 열정들을 되새김질해본다. 때론 맹목적으로, 때론 신나는 글감을 부여잡고 글을 써 왔다.
죽죽 늘어진 글쓰기를 편안하게 이어가기 위해서 결국 초심을 붙잡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 본다. 거기에 덧붙여, 지나간 초심에 대한 점검을 다시 해볼 필요도 있다.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글쓰기에서 찾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
성과를 내는 글쓰기를 원하는 것인지.
글쓰기에서 반드시 독자와의 소통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그것을 정말 원하는 것인지.
어느 시간대에 글이 잘 써지는지.
기상 시간은 어떻게 조절하는 것이 맞을지.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왕 잘 안 써지는 글, 애써 쓰려하지 말고 초심 잡기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글쓰기를 도마에 올리고 원초적인 질문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보니 새로운 열정이 움트는 것이 느껴진다.
잘 되지 않을 때는 마치 모든 것이 처음인 양 이렇게 또다시 시동을 걸어본다.
수험생이 책상에 책상에서 물러나지 않고 슬럼프를 극복하듯, 글쟁이는 키보드 앞에서 글쓰기를 논하며 또 한 번 글태기를 극복해낸다.